[TMI] 영화가 완성되었는데 개봉을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시드 셰인버그씨,
대체 제 영화 '브라질'은 언제 개봉하는거죠?
- 테리 길리엄"
커리어 내내 온갖 풍파를 다 맞아가면서, 이 영화 '브라질'을 시작으로 '바론의 대모험', '12몽키즈',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 '타이드랜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그리고 최근작인 '돈 키호테를 죽인 사나이'까지, 거진 커리어 절반 이상을 엎어지고 살려내고를 반복했던 영국의 감독 테리 길리엄.
그 중 가장 심했던 작품이 바로 영화 '브라질'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테리 길리엄 특유의 블랙 유머와 온갖 상징을 스테로이드 삼아 잔뜩 벌크업을 시켜놓은 듯한 이 영화는 완성 이후, 유니버설 사의 CEO인 시드 쉐인버그와 영화의 심히 부족한 대중성을 놓고 계속해서 갑론을박을 벌여야했죠.
그러다보니 유럽에서는 1985년 2월, 길리엄이 원래 의도한 142분 러닝타임의 어둡고 기괴하며 이상한 센스를 지닌 판본 그대로 개봉해서 큰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대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북미에서는 그 놈의 편집 문제로 계속해서 개봉이 미뤄지게 됩니다.
이 편집 문제는 두 개의 쟁점이 부딪힌건데,
1. 최대한 대중적인 방향으로 편집하고, 길리엄의 의도에 반하는 해피 엔딩으로 영화를 끝낼 것인가
2. 아니면 그냥 그대로 갈 것이냐
였고, 결국 이 이슈는 계속되는 개봉 연기에 지친 테리 길리엄이 사비를 들여서 버라이어티 지에 개봉을 촉구하는 지면 광고를 실을 정도로 장기화되어버립니다. (위의 이미지가 그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는 시드 쉐인버그가 주장한 대로 1번의 그것을 따라 12월에 개봉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망했죠. 이미 3년 전에 똑같은 루트를 타서 쳐망한 '블레이드 러너'처럼 말입니다.
테리 길리엄의 영화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몇몇 부분 편집한다고 재밌어지고 막 행복해지는 그런 영화들은 사실 없거든요...
어쨌든 이 영화는 이후 30년이 넘도록 테리 길리엄을 괴롭히는 제작 시작 -> 난항 -> 재개 -> 난항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굴곡진 제작과정의 ○○○점이나 다름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90년대 말 '돈 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드라마틱한 제작 포기로 이어지고 (자세한 내용은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라만차'를 참고하세요)2000년대 내내 그를 괴롭히게 된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죠.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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