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북전을 전설 매치라고 부르는 것을 극혐하는 이유
1. 일방적으로 쓰이는 용어다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은데 '전설 매치'를 만든 건 특정 기자가 아니라 매런트다. 매런트가 매수성에서 열리는 서울vs매북 경기 홍보 포스터에 '전설 매치'를 처음 사용한 게 그 시초다. 이걸 아직도 기억하는 게 그 때 '전설 매치'란 표현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뒤로 매북의 나팔수 역할하는 언론이 알아서 푸쉬해주니까 매북 측에서 계속 노골적으로 '전설 매치'란 표현을 밀고 있을 뿐. 근데 정작 설런트는 상암벌에서 열리는 서울vs매북 경기를 홍보할 때 '전설 매치'란 표현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나마 잠깐 동안 '스타 워즈'라고 밀어본 적이 있는데(광선검 색깔 기준...근데 이러면 우리가 악당 아닌가?) 그것도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됨.
'슈퍼 매치'는 설런트나 개런트가 아예 홍보 포인트로 삼을 정도로 자타공인, 쌍방적으로 쓰이는 용어다. '경인 더비'는 싸런트는 홍보 포인트로 적극 사용하는 반면에 의외로 설런트는 '경인 더비'란 말을 잘 안 쓴다. 그냥 여타 팀과의 경기랑 동급 취급한달까. 다만, 2015년 FA컵 결승전 포스터를 팬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공모전이 있었는데 서울팬이나 싸패팬이나 서로 나서서 '경인 더비'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그러한 작품들이 KFA 공식 SNS계정으로 게시된 적이 있다. 어쨌든간에 '경인 더비'도 일방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라는 것(적어도 서울팬, 싸런트, 싸패팬은 사용하니까).
2. 한영 번역따윈 안중에도 없는 용어다
'슈퍼 매치'는 말 그대로 'The Super Match'가 된다. '경인 더비'는 'The Gyeongin Derby'가 된다. 참고로 '경인'이란 말은 물론 'Seoul-Incheon'으로 풀어서 번역되기도 하지만 교통 노선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Gyeongin'으로 공식적으로 번역되기도 한다(=사전에 등록된 표현이다). 결과적으로 '슈퍼 매치'나 '경인 더비'는 한영 번역을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설 매치'는 표현 자체가 (매수)'전'북의 앞글자와 서울의 축약표현인 '설'을 합쳐서 서울vs매북 경기임을 나타냄과 동시에 '전설'이란 중의적 의미를 노리고 만들었다. 이걸 어떻게 번역할까? 만약 앞의 의미를 노리면 'Jeonseol Match', 즉 'Jeonseol'이란 듣도 보도 못한 무근본 비공식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뒤의 의미를 노리면 'Legendary Match'가 되는데 서구권에서 보통 이는 양팀의 은퇴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 간의 이벤트성 경기(말 그대로 레전드 매치)를 말한다. 이처럼 한국어 말장난만 노리고 만든 단어다보니 한영 번역하려고 하면 개판이 된다.
3.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팀 팬덤 모두 싫어한다
매북팬덤에서는 '전설 매치'를 쓰는 사람들이 그래도 제법 있는 걸로 아는데 서울팬덤은 극소수를 제외한 절대 다수가 '전설 매치'란 표현에 거부감을 보인다. 그리고 서울팬덤에서 서울과 매북이 엮이는 걸 하도 극혐하니까 거기에 짜증난 매북팬덤의 일부가 반작용으로 '전설 매치'로 양팀이 엮이는 걸 마찬가지로 싫어한다. 서울팬덤 입장에서는 매북을 매수한 팀이니까 엮이기 싫어하고(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한가?) 매북팬덤 입장에서는 승점 자판기 주제에 하도 난리치니까 엮이기 싫어하고. 그런데 위에서 말했지만 정작 이걸 처음 만든 것도 매런트고, 이게 아직도 살아있는 이유 역시 매런트 그리고 나팔수 언론 때문이다. 당사자 팬덤들이 싫어하는 용어를 굳이 고집하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당연하다.
4.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팀이 아니다
솔직히 매북전을 꼭 이겼으면 하는 이유는 까놓고 말해서 승점 자판기처럼 털어먹던 팀을 상대로 좀처럼 이기지를 못해서지, 라이벌 의식을 느껴서가 아니다. 빅매치를 라이벌전과 동급 취급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엄씨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과 매북은 챔스나 상스 고정출연 팀이었다보니 빅매치 치고는 자주 만나는 편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주 만난다고 그게 곧 라이벌전의 성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런 논리면 이미 K리그1은 라이벌전이 그렇지 않은 경기보다 많아야 한다. 매북팬덤에서는 이런 논리를 근거로 광저우vs매북 경기를 라이벌전이라고 하는 사람마저 있던데, 챔스에서 몇 번 마주쳤다고 과연 이걸 라이벌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빅매치라면 관중이 평소보다 많은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길목에서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는 거니까. 하지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팀이라면 길목이 중요한지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개랑과 싸패는 우리 상황이 좋든 나쁘든 뚜까패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 반면 까놓고 말해 서울이 일정이 빽빽한 경우 '버려도 되는 경기를 굳이 하나 뽑자면?' 식의 얘기를 하면 1순위로 나오는 경기가 서울vs매북 경기다. 여기서 이미 서울팬덤이 매북을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대를 강팀으로 인식하는 거랑 라이벌팀으로 인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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