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억함에 있어서 '기록'이라는 것은 분명 허점이 있음
'데얀이 그렇게 많이 출전하고 그렇게 골을 많이 넣었는데
당연히 FC서울 레전드 아님?'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게 그 점이 아닐까 싶은데
선수가 남긴 기록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어떤 선수를 기억함에 있어서
나는 기록은 보완의 영역이라고 생각함
300경기? 200골? 우승컵?
그런게 레전드냐 아니냐를 논하는 중심이 될 순 없지
축구는 통계학이 지배하는 영역이 아닌걸
예를 들어, 주멘 같은 경우
한 16년 쯤에 다른 커뮤니티에서 레전드냐 아니냐로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도 주멘은 레전드라고 생각했거든
주멘은 단순히 수백경기 수십골로,
가지고 온 우승컵의 개수로 평가받을 선수는 아니야
우리 구단이 서울로 다시 오면서
지금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지금의 자리를 잡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무조건 첫 손가락에 주멘을 뽑음
주멘이 등장해서 K리그에서 다시 보기 힘들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애들을 잔뜩 키워낸 귀네슈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핫하고 젊은 구단, 리딩 구단, 리그 탑급 인기 구단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고
그 이미지와 그때 성장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10년부터 15년까지 우리는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음
그 시점에 주멘과 쌍용은 유럽과 국대에서 우리 구단을 간접적으로 빛냈고
많은 사람들이 레전드 반열로 꼽는 히칼도는 어때
실력도 실력이지만 구단을 사랑하는 그 선수의 마음 하나로도
히칼도를 레전드로 뽑는 사람이 아직도 많음
그걸 틀렸다고 할 수 있나? 난 그렇게 못한다고 봄
기록은 선수들의 스토리와 상징성을 보완하고 완성하는 영역이야
스토리와 상징성이 부족한 선수를 기억하고 싶을 떄,
팬들은 그 선수가 남긴 기록으로 보완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 말은, 스토리와 상징성이 많이 부족하거나
스토리와 상징성을 스스로 포기한 선수는
굳이 기록까지 들춰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함
만약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물론 그 선정 세부 방식은 구단이 정하겠지만
선수는 남긴 기록으로 점수화되어서 평가받지 않아야 함
오로지 팬들의 사랑만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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