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역사상 최악의 시즌: 늦겨울, 혹은 초봄 - 2020 회고록(prologue)
10월 3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
“... 이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남춘 선수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바이러스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나서 오랜만의 직관.
그 사이에 달라진 경기장 풍경의 괴리감만큼이나
직관을 손 꼽아 기다렸던 그 마음의 크기만큼이나
허전했던 빈자리 하나.
상암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던 분위기가 감돌았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모두들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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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경기를 뛰고 있는 게 맞는건가?’
'아니, 경기를 뛰어도 되는 게 맞나?'
퉁퉁 부운 선수들의 얼굴에는 슬픔보다 더한 황망함이 묻어 있었다.
‘2020, I Fucking Hate You.’
.
.
.
2020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나요?
대답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서로 알고 있습니다. <2020 우주의 원더키디>에서 묘사하는 2020년은 아득히 넘을 모두에게 악몽과 같은 한해였습니다.
마스크라는 이전엔 아주 하찮게 여기던 물건이 금싸라기 취급을 받고, 친구들과의 약속은 점점 미뤄지고, 해외 여행이 미뤄지고,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이 취소되고,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직장인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다니지 못하게 되었고,
그리고 이 와중에 누군가에겐 그닥 중요하지 않은 일일 수 있겠지만,
겨울 내내 기다렸던 축구장에 가질 못하고.
모두가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2020년이 그 누구에게 힘들었을 스포츠 팬들.
그 누구보다 봄을 기다리는 K리그 팬들의 2020년 겨울은 너무나도 길었습니다.
리그 개막은 하루 이틀 늦춰지고, 골을 넣으면 직관 온 친구들과 껴안고, 소리지르고, 맥주를 마시며 잔디 냄새 안주 삼아 취할 수 있었던 그 당연했던 풍경들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2020년이 괴로웠던 것 만큼이나.
모든 K리그 팬들이 힘들었겠지만 그 와중에서도 아마 가장 힘들었을 사람들은,
감히 말씀드리지만 2020시즌 간신히 K리그 9위를 기록한 FC 서울의 팬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저의 보잘 것 없는 글 솜씨로 써내려갈 연대기는 FC 서울의 가혹했던 지난 1년을 다루는 글입니다.
관중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었던 세상에서의 마지막 경기.
말레이시아의 케다를 대파하며 2019년에 이뤘던 그 영광을 이어가나 싶었으나,
전염병이 덮치고 나서부터 우리가 이뤄냈던, 우리가 자부심으로 여겨왔던 것들을 하나하나씩 앗아갔던,
그리고 심지어 정말로 앗아가지 말아야 할 것까지 거둬간 잔인한 시즌.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2020년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도 같았던 회고록입니다.
FC서울 역사상 최악의 시즌: 늦겨울, 혹은 초봄.
2020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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