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팬의 펜][10] 연맹의 리그 제도변경과 그 방향성에 대하여
1.
사실상 한국축구의 대주주인 하나은행이 운영하는 대전 하나 시티즌을 위한 제도변경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K리그1은 이제 까딱하면 리그 구성원의 25%가 매년 교체되는 셈인데 이걸 너무 연맹이 가볍게 생각하는 듯하다.
갑자기 리그 로고도 바꾸고, 리그 제도도 바꾸는 마당에 리그 이름까지 안 바꾼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연맹 수준.
2.
새로운 승강제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1+1승강제에서 1+2승강제로 바뀌었다는 것인데, 이 점 역시 특이하다.
사실 3개 팀이 매년 승강제에 연루되는 것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물론 K리그1의 팀수가 12개팀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면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데 이 경우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흔한 승강제 방식은 2+1승강제이지 1+2승강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 보편적인 2+1승강제는 다음과 같이 운영한다:
― 1부 최하위 2개팀은 자동 강등, 2부 최상위 2개팀은 자동 승격
― 2부 차상위 N개팀이 승격 PO(2부 포스트시즌)를 치루고 여기서 우승한 팀이 1부 차하위 1개팀과 승강 PO(인터리그)를 시행
그런데 이번 엿맹연맹의 결정사항인 1+2승강제는 다음과 같이 운영한다:
― 1부 최하위 1개팀은 자동 강등, 2부 최상위 1개팀은 자동 승격
― 2부 차상위 1개팀은 1부 차하위 1개팀과 승강 PO(인터리그)
― 2부 차차상위 N개팀이 승격 PO(2부 포스트시즌)를 치루고 여기서 우승한 팀이 1부 차차하위 1개팀과 승강 PO(인터리그)를 시행
2+1승강제가 보편적이고 1+2승강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은 후자에서 1부 차차하위 팀(K리그1 10위)은 강등되고, 1부 차하위 팀(K리그1 11위)은 잔류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올 일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1부 차차하위 팀(K리그1 10위)과 1부 차하위 팀(K리그1 11위)은 현행 제도에서 별도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리그 최종순위가 더 높은 팀이 강등되고 리그 최종순위가 더 낮은 팀이 잔류하는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
이럴거면 차라리 기존의 1+1승강제를 유지하되 K리그2 승격 PO(2부 포스트시즌)의 대응격인 K리그1 강등 PO(1부 포스트시즌)를 시행하여 K리그1 정규시즌 10위와 11위를 붙여 패자가 승강 PO(인터리그)에 나가게 하는 게 형평성에 부합한다.
※ 사족: 특이한 승강제의 또 다른 사례로 16개팀으로 구성된 러시아 프리미어리가의 2+2승강제를 들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1부 차차하위 팀은 2부 차차상위 팀과 승강 PO를, 1부 차차차하위 팀은 2부 차차차상위 팀과 승강 PO를 치룬다. 다시 말해, 2부 포스트시즌이 아예 없다.
연맹은 간혹 세계 축구계의 흐름과 따로 노는 리그 운영을 하는 경우가 있다.
1부리그 팀 수가 2부리그 팀 수보다 많은 점, 순위 산정에서 다득점이 득실차에 우선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축구계의 흐름으로부터 더 벗어나는 것이 과연 리그를 위해 옳은 방향일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3.
리그 흥행(1부 기준)을 제고하는 방법에도 당근과 채찍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은 강등권 팀 수를 늘려 구단들로 하여금 더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채찍의 방법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쉽다.
왜냐하면 최근 연맹이 꺼내는 리그 흥행안은 죄다 채찍의 방법 일변도이기 때문이다.
― 2012년 스플릿제 도입: 초반에 성적 경쟁에서 밀리면 후반에 아무리 잘해도 오를 수 있는 순위에 한계 설정
― 2013년 승강제 도입: 시즌 전체에 걸친 성적 경쟁에서 밀리면 다음 시즌에 생존하지 못하도록 설정
― 2022년 승강제 확대: 강등권 팀 수를 늘려 구단들로 하여금 더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하도록 설정
유럽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생 대륙클럽대항전인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가 창설된다.
UEFA 챔피언스리그(1부), UEFA 유로파리그(2부)에 이은 3부격 대회라고 보면 된다.
이로써 UEFA 소속 리그의 중위권 팀들은 성적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성적이 나쁘면 직접적 피해를 입기 때문이 아니라 성적이 좋으면 직접적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른바 당근의 방법일 것이다.
매번 연맹의 구성원인 구단들을 채찍으로 때려가며 리그 흥행을 제고하는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이미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2022년 제도변경안에 대해서 탄식의 소리가 들려온다.
4.
리그 흥행을 제고하기 위한 당근의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기부터는 순전히 필자의 제안일 뿐 현실화의 가능성은 별도의 문제로 치자.
인기의 문제, 재정의 문제 등의 현실적 제약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필자 역시 인지하고 있다.
첫째, 스플릿제 및 승강제와 연동시킨 리그컵의 부활이 있다.
― 단, 리그컵 부활의 전제조건은 K리그1과 K리그2의 정규시즌 경기수를 줄여야 한다. 2021시즌 기준 K리그1 정규시즌은 트리플 라운드로빈+싱글 스플릿 라운드로 총 38경기를 시행한다. 2021시즌 기준 K리그2 정규시즌은 쿼드러플 라운드로빈으로 총 36경기를 시행한다. 리그컵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K리그1을 (2020시즌처럼) 더블 라운드로빈+싱글 스플릿 라운드(총 27경기)로 운영하든지 (2012시즌처럼) 더블 라운드로빈+더블 스플릿 라운드(총 32경기)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리그컵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K리그2를 (2020시즌처럼) 트리플 라운드로빈(총 27경기)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 K리그 22개 구단은 스플릿제 및 승강제와 연동시켜 4개 시드로 나눌 수 있다: 1시드(K리그1 파이널A 6개팀), 2시드(K리그1 파이널B 6개팀), 3시드(K리그2 승격권 5개팀), 4시드(K리그2 잔류권 5개팀). 4개 시드를 바탕으로 22개팀을 6개조로 나눈다. 이러면 네 팀이 붙는 조 4개(A~D조), 세 팀이 붙는 조 2개(E~F조)로 나눠진다.
― 조별리그 시행 후 각 조의 1위 6개팀, A~D조의 2위들 중 상위 2개팀까지 해서 총 8팀이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시행한다.
둘째,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이 주관하는 지역클럽대항전의 창설이 있다.
― 이미 서아시아 축구연맹(WAFF)은 아랍 축구연맹(UAFA)의 일원으로서 아랍 클럽 챔피언스컵(Arab Club Champions Cup)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축구연맹(AFF)은 아세안 클럽 챔피언십(ASEAN Club Championship)을 부활시켜 시행할 예정이다. 동아시아에 유사한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비록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이 주관한 대회는 아니었지만 한중일 클럽들이 참가하는 A3 챔피언스컵(A3 Champions Cup)이 존재한 적이 있다. 지역국가대항전인 EAFF E-1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의 개최 방식과 노하우를 벤치마킹한다면 지역클럽대항전의 창설도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 AFC컵이 그 참가자격을 확대하지 않는 이상, EAFF 회원국 리그들의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차순위팀들이 (리그 랭킹을 반영하여) 출전한다. 또한 UEFA 유로파리그와 마찬가지로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EAFF 회원국 리그들의 팀들 또한 출전권을 갖는다. 이를 통해 조별리그 및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 AFC 챔피언스리그와 달리 출전 대상인 팀들이 전부 동아시아권 안에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비교적 짧아 수월한 점이 장점이다. 이는 곧 해외원정 가기에도 비교적 수월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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