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역사상 최악의 시즌: 늦겨울, 혹은 초봄 - 2020 회고록(epilogue)
아픈 이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한 해의 겨울이 지났다.
남겨진 자들에게 시간은 속절없이 간다. 감당할 수 없던 슬픔마저 시간의 흐름 사이로 서서히 무뎌져간다.
그 사이 서울은 감독 선임에서마저 문제를 일으키며 마지막까지 구설수로 가득했던 1년을 보냈다.
감독도 없고, 게다가 동료를 떠나보낸 후 큰 슬픔에 젖어있던 서울 선수단이 이후 벌어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리가 없었다.
그렇게 악몽같은 1년이 끝났다.
겨울 사이, 서울은 달라져야만 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운명을 찾아 이 팀에 둥지를 틀었고,
누군가는 이 팀의 품을 떠나 다시 새로운 운명을 찾아 떠난다.
아, 그 사이에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프런트도 바뀌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다시 이 팀에서 오래오래 함께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올해는 다시 기지개를 펴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함께.
기성용 사가, 이청용 사가, 리얼돌 사태, 감독 사퇴, 감독 대행 사퇴, 강등권 추락, 김남춘 선수의 사망, 감독 선임 지연, 아챔 탈락...
왜 우리 팀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냐고. 축구의 신이 있다면 몇천 번이라도 묻고 싶었다.
때려치면 편해.
때려치면 정말 편해.
그렇게 몇 번이나 이 거지같은 팀의 팬질을 때려칠까 고민에 고민을 겹쳤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말 소중했던 존재를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사랑했던 그 선수가 우리들을 두고 먼 곳을 떠나게 된 이상,
나는 평생 이 팀을 떠날 수 없다는 운명이라는 것을.
다시 봄이 오고, 새로운 리그의 개막이 찾아온다.
우리가 여지껏 지나온 시간들은 늦겨울이었을까, 초봄이었을까?
곧 알게 되겠지.
2021 K리그1 개막전
FC 서울 vs 전북 현대 모터스
2/27(토)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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