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rek] 시리즈 최초의 선장에 대해 알아보자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2에서

앤슨 마운트(Anson Mount)의 끝내주는 연기와

좋은 캐릭터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크리스토퍼 파이크' 선장.

작중 스타플릿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기 위한

비전력 요원으로 끝까지 아껴놨을 정도로 능력있는데다가

통수란 통수와 온갖 고생을 다한 승무원들을

한순간에 휘어잡는 아버지같은 지휘력을 보여준 바 있다.

크리스토퍼 파이크 선장은 스타트렉 시리즈

최초로 '만들어진 선장 캐릭터'로,

(최초로 등장한 선장 캐릭터는 아니다. 이유는 후술)

1964년 제작된 TOS시리즈의 파일럿인 '환상(The Cage)'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으로 등장했다.

이 파일럿은 1988년까지 '제대로 된' 형태로 방송이 된 적이 없으며

이 파일럿에서 남은 건 바가지머리가 아니었던 스팍과

끝내 TOS 본편에서 역할이 간호장교 채플로 바뀐,

원작자 진 로든베리의 이후 마누라가 되는 배우 마젤 바렛이 끝이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전쟁 PTSD를 겪고 있는 진중한 선장으로서

배우 제프리 헌터가 훌륭히 연기를 해냈지만,

혹시 파일럿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대를 감안해도 어딘가 허접한 세트,

사색적이고 철학적이지만, 지루한 이야기로 인해 

이 파일럿은 당시 NBC 방송사 고위층에게 그대로 빠꾸 먹었고,

제프리 헌터도 배역에서 떠났다. 또한, 이 파일럿은 제작 당시 

1988년 제대로 방송되기 전까지는 방송국 관계자들만 시청한 

환상의 에피소드 비슷하게 남게 되었다.

이후, 새로운 파일럿 에피소드인 

'Where no man has gone before'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스타트렉은 파이크 선장이 아닌, 커크 선장을 주인공으로 

그 첫발을 내딛게 된다. 

참고로 넷플릭스에 TOS(The Original Series) 3시즌이 전부 다 

올라와있으니 한 번 봐주면 좋다. 

해당 에피소드는 넷플릭스에서는 시즌 1 1화 '환상(The Cage)'이라는

에피소드로 수록이 되어있다.

물론 굳이 봐줄 필요는 없는데, 그 이유는,

TOS 본편 시즌1의 2부작으로 구성된,

'미나쥬리(The meanagerie)' 에피소드가 바로 이 파일럿의

영상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해 피부가 녹아내린 채 말도 못해서 YES 와 NO만 하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는 설정으로, 제작진은

크리스토퍼 파이크 선장을 재등장시켰다.

배우도 달라졌다. 어차피 얼굴이 녹아내렸다는 설정이니. 

즉, 이런 이유로 크리스토퍼 파이크는 

스타트렉 시리즈 최초의 선장이지만,

'최초로 등장한' 선장은 아니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폐인이 된 파이크 선장을 

'환상(The Cage)' 에피소드에 나온 초능력자들의 행성으로 

돌려보내, 육체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스타플릿을 상대로 항명을 시도한

스팍에 대한 재판이 주된 내용으로,

이런 식으로 '환상(The Cage)'의 장면이 재활용된다.

재판 중 자료화면이라는 설정으로.

(오죽하면 작중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이거 어디서 난 영상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어쨌든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폐인이 되었음에도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을 기다리는 여성과 환상속에서 살아가는 식으로

겨우겨우 정신적인 안식을 얻어낸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환상(The Cage)'보다는 그냥 '미나쥬리(The minagerie)'를 

보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이후 이 '미나쥬리(The minagerie)' 와 '환상(The Cage)' 에피소드는 크리스토퍼 파이크 선장이 다시한번 주역으로 나오는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 2의 8화에서 다시 한 번 오마주 되어지고, 작중 이야기와 연결된다.)

JJ 에이브람스의 신 극장판 시리즈에서는

'환상(The Cage)' 에피소드의 사건이 작중 설정된 시간 여행의

결과로 인해 역사적으로 사라져버린 탓인지

전혀 사고 당한 것도 없이 여전히 건재한 상태로 

USS 엔터프라이즈의 선장으로 등장하긴 한다.

더 비기닝에서는 작중 내내 포로로 잡혀서 고문당한 채

귀에 벌레가 들어가는 고문을 당하면서 기밀을 실토하고 앉아있고,

다크니스에서는 그냥 폭격 맞고 죽어버린다.

기존 세계선에서는 육체의 고통에서만 벗어났는데,

여기서는 그냥 이승을 벗어나버렸다.

캐릭터 자체도 그냥 주인공인 제임스 커크의 

성장을 위해 원작의 입체적인 면모가 사라진채 

낭비되었다는 느낌이 강해서 더더욱 아쉬운 측면이 크다.

요약하자면,

1. 기존 세계선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온 파일럿도

조각나서 공개되었고, 캐릭터도 폐인이 되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며,

2. JJ 에이브럼스의 세계선에서는

주인공인 제임스 커크의 성장에만 활용되고

바로 죽여서 버려버렸다.

3. 그리고 기존 TOS - TNG 계열 세계관의

마이너 리부트에 불과한 디스커버리 세계선에서도

끝끝내 폐인이 되어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운명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건, 그 고난의 벽을 넘어서

본인이 주인공인 시리즈가 드디어 나올 예정이다.

오래도 걸렸다. 거의 50년이 걸린 셈. 

가끔 쓸 예정인 스타트렉 관련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