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의 참가하는 '강팀'들의 대다수는, 더 이상 '강팀'이 아니다.
강팀의 조건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강팀이란 리그에서 상위권(유럽 기준에선 4위까지를 상위권이라고 생각함)에 들어갈 것이라고 꾸준히 기대할 수 있는 팀이다. 쉽게 말해 챔스에 나갈 수 있는 팀.
슈퍼리그는 여기에 나가는 팀들을 강팀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강팀 사이의 경기가 많아질수록 유입이 늘고, 라이트한 팬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나오는 리그가 슈퍼리그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건 누군가 "최상위권의 돈을 훔쳐 쓰는 악질 중소 클럽"이라고 말하는 그 팀, 예를 들어 EPL의 중하위권 팀이 대체로 챔피언쉽, 혹은 중소리그의 팀보다 강하다는 것을 안다. 이걸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끼리 하는 경기를 잘 찾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과 EPL 상위권이 '직접' 맞붙을 때 그들이 약하다는 것을 '직접' 보기 때문이다.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빅클럽, 그들은 최고의 권위를 갖는 EPL이라는 리그에서 다른 약한 클럽을 이기고 올라오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이는 다른 리그도 마찬가지이다.
슈퍼리그는 그 구조상 상위권과 하위권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슈퍼리그에 나가는 팀들은 "강팀은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하고, 상대적 약팀을 챙겨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주장하는 자들이니까. 슈퍼리그 내에서도 강한 팀은 우승할 것이고, 강한 팀 중에서 약한 팀은 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받는 돈의 차이, 관심의 차이는 극명하게 벌어질 것이며 실제 성적의 차이도 계속 벌어질 것이며, 순위표는 금방 고착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치 지금의 리그처럼.
그렇다면 슈퍼리그에서 중위권, 혹은 하위권에 머무르는 팀들은 계속 강팀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들은 물론 슈퍼리그 밖의 다른 팀보다 강하지만, 현 체제에서 4대리그의 중하위권 팀도 그 밖의 다른 팀보다 강한데 강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라이트팬들에게 선택받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약하니까. 마찬가지로 슈퍼리그라는 확실한 기준점이 생기면 그 안의 중하위권 팀들은 '강팀'이라는 인상이 순식간에 옅어질 것이다.
강팀들은 약팀이 곁에 존재하기 때문에 비로소 강팀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강팀끼리 맞붙는 빅매치'는 '강팀과 약팀이 맞붙는 수많은 매치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 생각에, 슈퍼리그가 생기면 빅매치가 많아져서 라이트팬들이 반긴다는 것은 생긴 뒤 극초반에나 보일 환상에 불과하다. 그 환상이 깨지고 나서 보이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강팀이라고 생각했던 'A그룹 슈퍼리그 8위'와 'A그룹 슈퍼리그 10위'의 대결 따위의 것이 생길 것이며, 빅매치는 점점 "슈퍼리그 내 상위권끼리의 경기"로 좁혀질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강팀을 자주 보고 또 빅매치를 많이 보기 위한 슈퍼리그는 결과적으로 강팀도 줄이고 빅매치도 줄일 것이다. 그렇게 빅매치가 줄어들고 리그가 고착화되면 슈퍼리그의 인기 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슈퍼리그 내에서도 상위권을 사수하는 팀은 건재할 것이다. 특히 페레즈의 레알은 그렇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슈퍼리그의 중하위권 팀은 그냥 현 빅리그의 중위권 팀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슈퍼리그의 명분과 구조 속에서는, 그들이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3줄요약
1. 실력은 상대적이다.
2. 강팀들끼리 모아놓으면 그들 사이에서도 강팀과 약팀이 생긴다. 그리고 그 상대적 약팀은 지금의 홍대병 소리 듣는 중하위권이랑 차이가 딱히 없어진다.
3. 그렇게 되면 강팀끼리의 빅매치는 자연히 사라지고, 우리가 지금 보는 리그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을 딱 하나만 보는 꼴이 될 것이다.
그냥 슈퍼리그에 대한 내 생각 좀 써봄. 드럽게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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