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팬의 펜][03] 포항의 The Six Lights 유니폼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부분들을 살펴보자

1.

첫 번째, 우승 연도가 적힌 별의 사용

리그 우승할 때마다 구단이 엠블럼에 별 다는 거 기대도 안 하고, 원하지도 않아.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들처럼 리그 우승 10회마다 별 1개를 단다든지, 터키 쉬페르리그 구단들처럼 리그 우승 5회마다 별 1개를 단다든지, 일본 J리그 몇몇 명문구단들처럼 메이저 우승 10회마다 별 1개를 단다면 모를까. ▲매번 리그 우승할 때마다 엠블럼에 별을 달면 구단의 상징인 엠블럼 자체가 너무 자주 바뀌고, ▲엠블럼 크기에 비해 별 개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 (=보기 좋은 비율관계가 무너지면) 너저분해진다고 생각해.

K리그1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성남FC는 공식 엠블럼에 별이 무려 7개나 된다.

하지만 막상 출시되는 유니폼에 엠블럼을 그대로 쓰는 경우는 없다드물다!

하지만 "엠블럼에 다는 별"과는 별개로 우승 연도가 적힌 별을 유니폼의 문양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괜찮다고 생각해. 이미 일본 J리그의 감바 오사카가 비슷하게 우승 연도가 적힌 별을 사용한 유니폼을 선보인 바 있고,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는 우승 연도가 적힌 스쿠데토를 사용한 굿즈를 내놓았던만큼 이게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야. 어쨌든 K리그에서 이걸 정식 유니폼 문양으로 사용한 건 포항이 처음인 거 같은데 이건 서울이 한 번쯤 벤치마킹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해.

2번째 줄 첫 번째 사진을 보면 유니폼 뒷면 카라 아래, "WE ARE STEELERS"란 위에 우승 연도가 적힌 별이 5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정식 유니폼에 매번 이러한 별 문양을 넣는 게 과하다고 생각될 수 있어. 그렇다면 적어도 앞으로 우승할 때마다 이 문양을 활용한 "우승 기념 유니폼"(commemorative jersey)을 출시하면 어떨까? 매번 서울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할 때마다 집에서 잠옷으로만 입을 거 같은 디자인의 "우승 기념 셔츠" 내놓는데 그거랑 별개로 EPL의 전형적인 우승 기념 셔츠(commemorative jersey)를 출시하면 어떨까? 우승한 해의 유니폼에 선수 이름 대신 "CHAMPIONS" 문구를, 선수 배번 대신 "(우승한 연도)"를 황금색으로 전사 인쇄하고 거기에 우승 연도가 적힌 별 문양으로 수놓으면 예쁘지 않을까?

메이저 대회 우승 기념 "셔츠"도 좋지만, 어차피 엠블럼에 별을 달지 않을 거라면 우승 기념 "유니폼"(+우승 연도가 적힌 별)은 어떨까? 

2.

두 번째, 색감을 활용한 유니폼의 일상복화

전에 서울라이트에서 누가 썼던 걸 본 기억이 나는데, 원정 유니폼을 하얀색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색상을 시도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엠블럼은 언젠가 손봐야 한다고 생각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패연 모양? 개성있고 좋아. 검빨 스트라이프? 문제될 거 없어. 그런데 닫힌 형태의 엠블럼으로 고치고, 엠블럼 내 요소들(치우천황 문양, "Seoul" 문구 등)에 대한 수정 및 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첫째, 우리 엠블럼은 열린 형태의 엠블럼이야. 방패연 상단과 방패연 하단이 벌어져서 그 사이에 "Seoul" 문구가 들어가 있는 형태지. 그러다 보니까 엠블럼 안의 "Seoul" 문구가 배경색이랑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구단 상품이야 구단이 직접 "Seoul" 문구 색깔을 하얀색으로 고치니까 문제될 게 없지만, 엠블럼 파일을 그냥 가져다가 쓰는 방송사 등의 경우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아. 그래서 괜히 우리 엠블럼이 안 예뻐 보이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생기지.

둘째, 치우천황 문양을 보면 알겠지만 윗 부분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되어서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이것 역시 "Seoul" 문구와 마찬가지로 엠블럼의 상단 부분에 대한 배경색을 처리할 때 깔끔하게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셋째, 우리 엠블럼의 요소들은 비율적으로 과한 면이 있어. 서울팬으로 영입하려고 경기도 같이 본 외국인 친구들 중 호감을 갖고 팬파크까지 들어가 막상 유니폼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시점에서 엠블럼이 "너무 과하다"(too much)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어. 위의 문제들도 있고, "Seoul" 문구가 과하게 큰 것도 있고 여러 가지 디자인적 요소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거겠지.

잡설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엠블럼이 "과한" 구단의 경우 유니폼을 일상복으로 소화하기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해. 가령, 서울 유니폼이 성남 유니폼만큼 일상복으로는 소화하기 어렵다고 봐. 물론 올블랙은 사기적인 색감을 자랑하지. 하지만 역으로, 그렇다면 우리야말로 원정 유니폼이나 써드 유니폼에 그런 사기적인 색감을 사용해서 거기에 편승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이거에 대한 바람직한 예가 이번에 나온 포항 써드 유니폼이라고 봐. 저 정도 색감이면 소화능력을 떠나서 누구든지 일상복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느 정도의 소화능력을 요구하는 올해 서울의 원정 유니폼과 다르게 말이야. 우리도 원정 유니폼이나 써드 유니폼의 색감과 디자인에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 번 느꼈어. 물론 서울이 이번 시즌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한다면 위에 적은 거 다 필요없고 우승 버프 받아서 엄청 예쁘게 보이겠지만.

포항 스틸러스의 2019 시즌 "초콜릿 유니폼". 취향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나한테는 존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