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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BROedgar title: 뗑컨BROedgar 11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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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cseoulite.me/free/6786762 복사

아침에 출근하다가 사이드미러에서 이런 문구를 봤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그 사물이 잠깐 날아다니다 잡힌 파리나 가만히 서 있는 전봇대 같은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뒤에서 추월을 노리는 차라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다. 가만 보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경고문은 꼭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취업이 꼭 필요할 때 날아드는 서류전형 마감일도, 어제까지 사랑했던 누군가의 이별 통보도,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던 가까운 이의 부고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인생에서 겪는 대부분의 일은 짐작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우리는 그것들이 빨리 온 것과는 관계없이 능숙하게 대응해야 한다. 갑작스럽고 뭐고, 휩쓸리면 그걸로 끝이다.


FC서울의 강등 위기도 마찬가지다. 팀의 위기는 진작부터 상황을 비관해온 팬들이 보는 것보다도 가까이에 있었고, 12위였던 광주가 강원을 대파하며 마침내 2018년과 2020년에도 가본 적 없던 12위를 마크했다. 가뜩이나 무승 기간 동안 하위권 팀도, 2부리그 팀도 못 잡고 가장 밑으로 떨어진 마당에 다음 두 경기 상대는 상위권에 있는 포항과 울산이다. 가슴은 고사하고 머리로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지금의 순위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독자 입장에서는 경기가 많이 남았고 경쟁팀과의 승점차가 큰 건 아니며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보강이 두꺼웠으니 ‘강등 위기’라는 말은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이제 막 다시 시작하는 팀인데 웬 호들갑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팀은 강등위기에 빠진 것이 맞다. 


“저는 7월부터 느꼈어요. 솔직히.”

포항과 제주에서 뛰었던 김원일은 이스타TV와의 인터뷰 중 ‘강등됐던 2019년 제주에서 언제쯤부터 팀이 잘 안 될 것 같았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남겼다. 2019년 7월이면 5월에 진작 부임한 새 감독 아래서 골키퍼를 포함한 다수의 포지션에 총 8명의 선수를 보강한 시점이다. 머릿수만 많은 허술한 보강도 아니었다. 강등권팀에서 리그 2위팀의 주전 골키퍼, 일본에서 뛰던 센터백, 경쟁팀의 주전 윙을 모두 여름에 데려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당시 제주는 그것도 모자라서 원톱 자리에 리그 1위 팀의 유망주와 외국인 톱을 모두 데려와 선택의 폭을 넓혔고 구단 출신의 베테랑 수비수를 플레잉코치 자격으로 재영입하며 팀 스피릿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해까지 3년 동안 팀에서 뛰던 선수는 “그때부터였어요. 이 팀이 강등까지 갈 거라고 느낀 게….” 라는 회상을 한다. 강등권까지 떨어진 팀의 진짜 문제는 애초에 선수 몇 명 정도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강등되는 팀들은 대체 뭐가 문제길래 그 많은 선수를 영입하고도, 감독과 코치진을 갈아치우고도, 전술과 주전을 바꾸고도 살아남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농담조로 이야기하곤 한다. “단순히 축구 좀 못한다고 강등까지 가진 않더라”고. 결국 경기나 기량 외적인 문제가 인게임까지 퍼질 정도로 팀을 잡아먹을 정도가 돼야 2부리그로 떨어질 정도의 막장 구단이 되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다. 역대 강등팀을 전부 놓고 따져도 이 조건에서 예외라고 할 수 있는 팀은 승강제 도입 이후 12위팀 중 최다승점을 기록하고도 다른 팀들이 잘 해서 불운하게 강등된 2016년의 수원 FC 정도밖에 없고, 당장 이 해의 11위 강등팀 성남 FC조차도 대안 없이 에이스 팔아먹기와 유소년 코치진의 감독 대대행 등 여러 가지 외적 문제를 겪다가 강등됐다. 


다시 서울 얘기로 돌아와서, 현재 순위가 12위긴 하지만 여름 보강을 착실히 했고 잔여경기 수가 많은데다 다른 팀보다도 몇 경기를 덜 치른 이 팀에 강등 위기라는 말을 붙이는 건 팀에 ‘경기나 기량 외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국대급 선수와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로 도배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선수가 딱히 모자라지도 않은 서울의 스쿼드를 생각해 보자. 이 선수단으로 축구 좀 못한다고 12위까지 갈 수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아무리 톱이 없었고 수비수가 없기로서니 주전이 죄다 리그 톱으로 꼽히는 선수들인 미드필더진과 강등권에서 경쟁하는 타 팀에 비해 엄청나게 뒤떨어지진 않는 측면 공격 자원을 보면 이 팀을 갖고 이 정도 기간의 무승을 기록하는 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부분에서 뭔가 잘못됐으니 이런 성적을 내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얼마든 가능하다. 서울은 갖가지 외풍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시민구단도 아니고, 몇몇 강등 경험이 있는 기업구단처럼 프런트가 제 기능을 못 하는 팀도 이제는 아니다. 작년 혹은 3년 전이야 프런트 핑계가 먹혔겠지만, 올해 쓴 돈과 관심을 생각하면 이쪽에 책임을 묻기도 미안한 수준이다. (물론 강등이 현실로 찾아오는 순간 그런 거 없이 수뇌부에게도 책임이 돌아가야 하지만) 결국 선수단의 문제가 팀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보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선수단이 가질 수 있는 경기 외적인 문제는 하나밖에 없다. 멘탈이다. 팀은 밑바닥에 처박혔지만 경기가 끝날 때마다 어느 누구도 쓰러지지 않는 건 이미 유명한 일이다. 감독은 순간의 잘못된 감정 표출로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는데 여름이적시장 마감 후 첫 경기를 지휘할 수 없게 됐고, 부주장은 경기장과 훈련장 밖에서 논란에 시달렸다. 제대로 된 축구가 절실하지만 정작 축구에 절실함을 못 느끼는 것 같고 하위권이지만 하위권이 된 사람들에게 올라가고픈 마음이 없어 보인다는 게 이 팀이 가진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내부사정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억측을 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 바깥에 보이는 멘탈로 강등권 경쟁에 뛰어드는 건 곤란하다. 눈이 돌아간 채 뛰어도 살아남기 힘든 곳이 K리그1 강등권이라는 건 국내축구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곳에서 웃음이 만개하는 훈련 분위기와 열 번을 넘게 못 이겨도 경기 끝나면 잘만 걸어다닐 정도로 떨어지는 활동량을 갖고 생존하겠다는 건,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 같지도 않은 구상이고 목표다. 



어쩌면 서울 선수단은 ‘강등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걸 아직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크게 험악해지지 않는 선수단 분위기, 계속되는 빅네임 영입과 FC서울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서울이 11위까지 떨어졌던 그해 돌풍을 일으키며 준우승한 경남 FC는 바로 다음 해에 2부리그 강등을 맞았다. 경남이 강등을 맞은 그해 못해도 중상위권이라고 평가받고 위기가 오자 감독과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제주 유나이티드는 승강전이라는 기회도 못 얻고 강등됐다. 강등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까딱 잘못되면 당하기 쉬운 일이다. 서울은 준우승은커녕 2020년에도 강등 경쟁을 펼치는 팀이었고 3월을 빼면 내내 하락세임에도 코칭스태프에 손을 대지 않았으며,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선수 4명은 따지고 보면 발버둥치고도 강등당한 제주(8명)의 절반 규모다. 이미 강등된 팀들보다도 못한 상황이라는 소리다. 다음 포항전,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대팀을 만나는 이상 경기를 이기진 못하더라도 의지가 있다는 건 좀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입증했으면 좋겠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기본적인 판단 정도는 우리도 하고 있다고.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이 팀 선수단은 그조차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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