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물었다 (개장문)
"ㅇㅇ아, 너는 기성용 결과 안좋으면 계속 서울팬 할거야?"
문득 생각해봤다. 과연 기성용이 그 팀으로 가면 난 이 팀에게서 완전히 손 떼고 탈덕할 것인가?
난 본래 축구에 관심이 없는 놈이었다. 언젠지도 기억 안나는 (아마 2005년쯤으로 기억) 옛날, 이모부께서 수원시설관리공단에 계셔서 운좋게 빅버드 스카이박스에서 당시 수원과 울산의 경기를 보았다. 그 때도 어린 나는 경기 내용은 별 관심 없었다. 그저 그나마 알고 있던 축구선수 이운재와 이천수만 알고 있을뿐.
우연히 보게 된 U-17 대회에서 이청용과 기성용을 보았고, 축알못인 어린 나는 거기에 현혹됐다. 나중에 보니 그 두 선수, 그리고 또 다른 내가 좋아했던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한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그 팀은 내가 사는 서울에 연고를 둔 팀이었다.
이후는 자연스러웠다. 처음엔 중계를 찾아보는 것에 그쳤지만, 당시에도 슈퍼매치 등 큰 경기는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보곤 했다. 2007년 맨유와의 첫 친선전에선 "K리그 수준 너무 떨어진다"고 했던 내가 2년 뒤 리턴매치에선 어느새 서울을 응원하고 있었다.
서울라이트에 이제 막 왔거나, 비교적 최근에 입문한 서울팬들은 모를 수 있으나, 난 똑똑히 기억한다. 그가 떠나던 마지막을.
내 기억이 맞다면 2009년 11월, 6강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당시 서울은 전남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패하고 말았다. 그 승부차기에서 기성용은 실축을 하고 고개를 떨궜다. 셀틱 이적이 확정이 난 상황이었기에 난 마지막은 그래도 팬들에게 인사는 제대로 하고 떠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인이 패배의 원흉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그는 별다른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 그래서 더욱 그를 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세월이 흘렀다. 슈퍼매치에서 득점 후 캥거루 세레모니를 하던 젊은 기성용은, 어느새 영광스러운 유럽무대를 뒤로 하고 다시 K리그로 돌아오려 한다.
팬들은 기성용과의 낭만적인 재회를 꿈꿨다. 그러나 현실적인, 아니 가혹한 서울 프런트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며칠째 이 곳은 기성용의 복귀를 바라며 숨죽이고 있지만,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면 쉽지가 않다.
이제 다시 묻는다. 당신은 기성용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니 그 팀 전북현대로 간다면... 끝까지 서울팬을 하시겠습니까?
나도 내가 궁금하다. 10년 가까이 서울을 응원했던 내가, 서울팬이 된 궁극적인 이유였던 선수가 서울이 아니라 다른 팀, 그것도 서울과 최근 깊은 악연의 팀인, 그 팀으로 간다면.. 그 어느 때보다 실망할 것 같다.
근데 내가 서울을 응원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
"기성용도 못 잡는 팀 뭐하러 응원해. 그는 나의 로망이었어!!" 라고 매몰차게 말하기엔.. 서울을 너무 많이 좋아했다..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가 우리에게 돌아와줬으면 한다..
지Ki자, 기성용!!
======================================
설마 이 오글거리는 내용을 다 읽은 형들은 없겠지?
옛날에 아이돌 팬픽 쓰던 감성 + 학창시절 지역신문에 기사 쓰던 필력으로 써봄.
아마 대부분 스크롤 내려서 이거 보겠지 ㅋㅋㅋ
탭은 월월월로 하려다 그냥 뒀음.
너무 개소리같다 하면 바꾸겠음.
추천인 14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