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설라에서 별거 아닌 주제로 '소신발언' 남발하는 감이 있었는데 진짜 소신발언함.

지금 순위가 정말 말도 안 되고 개빡치는 상황이지만, 내년까지는 박진섭 감독 체제로 쭉 가야한다고 여전히 생각함.

몇몇 부진한 선수들이 서울을 나가면 잘할 거 같아서 더 빡친다는 반응들 있잖아?

나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박진섭 감독도 그럴 거라고 생각함.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박진섭 감독이 전술적 역량이 없다거나 부족한 감독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임.

올해 그냥 우리 팀이 운이 너무 없음.

근본적인 잘못이 어디일까를 생각하면 진짜 솔직한 말로 이번 여름 에어컨리그 때 GS에서 보여준 "영입역량"을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박진섭 감독 영입할 때 진작에 보여줬으면 필요한 선수 한 번에 다 영입해서 이번 시즌에 적응 문제나 시행착오를 한 번만 겪었을 거라고 봄. (물론 여기에 대해 "아니, 여름이나 됐으니까 지동원이나 가브리엘이나 채프만 영입이 가능했던 거고, 겨울에는 매물 자체가 없었짜나"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함.)

그런데 핵심 자원 영입이 스토브리그랑 에어컨리그에 비합리적으로 쪼개져서 이뤄지다보니 스토브리그 직후에 팀을 만드는 문제, 에어컨리그 직후에 또 팀을 만드는 문제를 지켜봐야 하는 비효율성이 구단에 직격타가 된 게 아닌가 싶음.

가뜩이나 코로나 펜데믹 사태 때문에 작년부터 A매치 일정, ACL 일정이 올해 타이트하게 잡혀서 리그 일정도 기형적인 상황이라 저런 비효율성이 평균적인 시즌 때보다도 올해 유독 치명타로 다가오는 것 같음.

그래서 박진섭 갑독이 광주 감독 시절보다도 유독 올해 무능하게 비춰지는 상황이 더 쉽게, 자주 만들어지는 거라고 봄.

솔직히 박진섭 감독이 유임한다고 해서 지금 몇몇 선수들에게서 보이는 고질적인 문제(가령, 조영욱 선수의 공격포인트 결정력 부족, 황현수 선수의 기복이 심한 수비력)가 해결될지는 잘 모르겠음. 그 부분은 코치진의 지도도 필요하겠지만 선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지 않나 싶음.

다만 순수하게 선수단의 전술 소화 및 수행 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시간이 약이라고 믿고 있음.

광주 감독 시절에도 윌펠엄 내세운 공격적인 광주 만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음. 보닌이 가리키고 싶은 것은 결국에 시간이 흐를수록 팀이 점점 좋아졌다는 사실임.

물론 보닌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한, 어떤 감독이든 한 팀을 오래 맡을수록 그 팀의 경기력은 반드시 향상된다."는 것을 전제함.

이 전제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점을 인정함.

문제는 "그럼 너는 팀이 강등되기 일보직전인데 아무것도 안 하자는 거냐?"라고 반문할 거라고 생각함.

이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의견인 게 아님. 박진섭 감독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아, 당연하지만 경남의 모팀과 전북의 모팀처럼 매수는 절대 안 되지만) 강등은 피해야 할 것임.

근데 이게 강등 자체가 굴욕적이라서가 아님.

동의하지 않을 북붕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강등은 분명 크나큰 불명예이긴 하지만 회복불가한 불명예는 아니라고 생각함. 보닌은 그냥 K리그2라는 리그는 1등해봤자 전체 K리그 13등인 리그 정도라고 인식함.

문제는 그런 불명예 차원이 아니라, 아까 말한 전제, 즉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한, 어떤 감독이든 한 팀을 오래 맡을수록 그 팀의 경기력은 반드시 향상된다."가 성립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일단 기존의 선수단은 지킬 수 있다."임.

다시 말해, 강등의 문제점은 거기에 수반된 불명예가 아니라 강등함으로써 구단에서 이탈하는 선수들이 생길 것이고 그런 이탈은 강등을 감내하면서까지 박진섭 감독 유임을 지지한 것을 의미 없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임.

그렇기 때문에 박진섭 감독이 본인을 위해, 구단을 위해, 팬을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등은 피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함. 반드시.

그리고 박진섭 감독의 유임을 지지하지만 정작 박진섭 감독 스스로 이 상황을 타개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에 남아있는 거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현 상황에서 가장 빡치는 포인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