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 루머 확인 후 쓰는 장문의 글.
아직 공식 일정이 나오기 전이니 상기 일정이 사실이 아니라 믿겠습니다. 5경기의 스플릿 일정 가운데 굳이 그 날, 그 상대를 배정한 연맹의 행위는 "역동과 감동"이라는 2021 K리그의 모토에 적절치 않는 것 같습니다.
K리그를 사랑하고, FC서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2020년 10월 30일 오후의 속보 기사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집에서, 누군가는 직장에서, 누군가는 이동중이던 그 찰나의 순간 마주하게되었던 그 비보를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불어, 이들은 하루 뒤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하나원큐 K리그1 27라운드 경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비보를 들은 뒤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 강행되었던 경기. 그날 그라운드에는 환호 대신 침묵이, 꽃가루 대신 국화가 있어야 했습니다.
전반 32분. 있어서는 안될 상황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원정팀 인천의 선제골이 나오자 어디선가 환호성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원정응원 금지 조치로 인하여 원정팀 응원 관중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있었어야 하는 시점, 아이러니하게도 FC서울의 응원석 N석의 반대편인 S석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1대0, 인천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된 뒤, 우리의 소중한 선수를 떠나보낸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홈팬, 그리고 선수들이 경기중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빠져있는 사이 S석의 축제분위기는 더욱 격화됩니다. 잔류를 확정지은 인천 선수단은 '원칙적으로 경기장 출입이 불가한' S석 팬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눕니다.
슬픔에서 분노로.
눈물의 의미가 바뀌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구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을 마주보고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경기장 반대편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바입니다.
그 일이 일어나고 1년 뒤,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축구선수 김남춘을 떠나보낸지 1주기가 되는 날.
슬픔이 분노로 바뀐지 1년이 되는 날.
다시 그 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 팀과의 경기가 성사되었다뇨.
연맹에게 질문하고싶습니다.
이게 진정 옳은 일정 배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게 "역동과 감동 K리그"의 기본가치에 부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설마 이것도 "K리그 흥행을 위한 스토리"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이시간까지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을
일부러 들추려하는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연맹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실수였다고 믿고싶습니다.
내일, K리그 스플릿라운드의 일정이 공식 발표된 시점,
10월 30일 서울의 상대팀에는 다른 팀이 적혀있을것이라
믿겠습니다.
추천인 121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