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기성용도 기댈 곳 하나쯤 필요했던 게 아닐까
올 시즌 이렇게 좋아하는 기성용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음.
시즌 초까진 본인도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 수 있을 거라 자신했을 텐데,
이런저런 구설수에 성적은 성적대로 꼬라박고,
위닝멘탈리티 같은 건 가져본 적 없는 어린애들 데리고 혼자서 나락으로 향하는 구렁텅이를 헤쳐나갈 도리가 없었을 거임.
그나마 의지하고 협업해야 하는 감코들도 솔직히 멘붕이었던 상황에서
본인마저 무너지면 안 되었기에 혼자서 가슴앓이했을 게 분명함.
결국 우여곡절 끝에 안익수라는 보스를 만나서 얘기 좀 해 보고 훈련해 보니까 어딘가 기댈 구석이 있다는 걸 느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사람의 확고한 축구 철학을 한번 따라가 보기로 한 거지.
어? 과정이 힘든 만큼 어찌됐든 결과가 따라오네?
그것만큼 큰 희열도 없었을 거고.
비록 트로피 하나는 들겠다는 약속은 못 지켰지만,
박진섭 체제를 거쳐 안익수 체제를 겪으면서 기성용도 리더로서 한 단계 성장한 게 보임.
아마 내년에는 올해와 달리 기성용이 선수단을 이끄는 역할도 방법도 많이 달라질 것 같음.
부디 남은 두 경기 잘 마무리해서 내년엔 오스형이랑 트로피 하나 들고 지금보다 더 좋아했으면 좋겠음.
그래서 나도 남은 세 시간 태업 잘 마무리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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