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발언) 선수들의 기록과 통계를 정리하면서 느낀 게 우리가 "원클럽맨"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

고요한 선수를 특정해서 그 선수가 고평가 받는다는 말이 아님.

어떤 선수가 클럽에서 달성한 위업을 볼 때 의외로 "원클럽맨"이라는 기록(?)이 생각보다 부질없다는 점을 말하는 거임.

애초에 우리나라는 성인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하고, 축구라는 종목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국제적으로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한 환경이 갖춰져 있음.

다시 말해, 한국축구라는 환경 자체가 애초에 "원클럽맨"이라는 기준에 우호적이지 않고, 오히려 충돌하는 부분이 있음.

여기서 파생되는 첫 번째 문제는 "원클럽맨"의 기준을 뭘로 잡느냐가 됨. 이미 역사게시판에서 "원클럽맨" 관련 게시글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기록을 정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원클럽맨"만큼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사항도 없음. 상무로 임대갔다면 상무 시절을 포함할 것인지, 해외로 이적했다면 국내팀을 우리팀에서만 뛰었어야 할 것인지 하나하나가 타협점이 됨.

고요한 선수처럼 이러한 기준에 일절 타협 없이 순수한 의미에서 "원클럽맨"을 재현하려면 아닌 말로 그 선수의 실력이 해외로 이적하기에는 애매하거나 기복이 있고, 군 문제가 해결될 정도의 운이 따라야 함. 이미 기록에 "운"이 이렇게 크게 작용하는 이상 그 기록은 순수한 실력 지표 내지는 위업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임.

두 번째 문제는 "원클럽맨"이라는 기준의 통계적 무용성임. "원클럽맨" 기록에는 그 선수의 구단에 대한 기여의 질적인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음. 얼마나 많이 뛰었는지, 얼마나 득점 또는 도움을 기록하였는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같은 내용은 다 빠진 채 그저 "한 구단에만 소속됐었다"를 보여주는 게 전부임.

위의 기준들을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원클럽맨"은 이미 앞서 말한 내용들이 출장 경기수, 득점수, 도움수, 주장 역임 횟수 같은 지표들에서 높은 수치로 반영됐을 거임. 다시 말해, 모범적인 원클럽맨의 경우 이미 다른 지표로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을 이중으로 고평가하게 되고, 형식적인 원클럽맨의 경우 실제 기여한 부분에 비해서 "원클럽맨"이란 이유 하나로 고평가하게 됨.

이런 이유들로 선수들의 위업을 지표로 만들어보자는 시도에서 시작한 [근본력 측정기]에 원클럽맨 여부는 아예 항목 자체가 없음. "원클럽맨"이 참...팬의 입장에서 로맨틱한 단어로 다가온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걸 충족하는 선수를 굳이 폄하할 생각은 없음. 다만, 그런 기록보다는 서울 100경기클럽, 200경기클럽, 300경기클럽, 400경기클럽 가입한 것을 더 높게 평가하고, 어떤 선수가 "원클럽맨"이라는 기준을 고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는 인지부조화나 심적 고통은 내려놓는 편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