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스 내려치기'
욘스에 대한 나의 생각은 늘 한결같음
욘스가 별 볼일없는 자원에 맞추는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생초짜에 가까운 어린 선수를 잘 육성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모든 구성원에게 소위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모든 선수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감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음
그렇지만,
팀에 A급 선수가 가득할 때, 욘스만큼 성적을 낼 감독은 한국에 거의 없음
우리가 데몰과 아디, 하대성, 김진규, 김주영을 데리고 있었을 때, 욘스는 미친 감독이었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랬는데 욘스는 구슬을 꿰어서 보배를 만들줄 아는 감독임
팀이 외나무다리에 있을 때, 욘스만큼 승부수를 제대로 던지는 감독도 없음
본인 커리어를 걸고 서로 다른 두 팀을 강등의 위기에서 건져올려내는데 배팅한다? 미친거지
세상에 절벽 앞에서 본인 커리어를 걸고 생존에 배팅하는 감독이 어딨어
욘스뿐 아니라 모든 선수, 모든 감독, 모든 위인이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한 영역에서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이 있고
그 공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본인이 만들어낸 과오가 있을텐데
공이 과오를 다 덮을 수도 없는거고, 어지간한 과오로는 공을 가릴 수도 없음
그런데,
소위 '내려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공이 엄청난 욘스는, 말 그대로 욘스니까,
이것도 완벽해야 하고, 저것도 잘했어야 하고,
누군가와 갈등도 없었어야 하고,
유연하며 능동적이었던 감독으로 평가받았으면 하는,
그 바람이 내려치기의 시작점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함
그 바람을 바탕으로 한 주장을 반박하고자 어떤 사람들이 반박하겠지
'아닌데? 욘스 이건 좀 그랬음'
'아닌데? 욘스 저건 좀 못했지'
애초에 그 주장과 반박, 그 생각과 의견이 맞았다 틀렸다를 나누는 기준조차 없는데
누군가 보기엔 이런 의견조차 내려치기인거고
누군가는 진짜로 이 관점으로부터 욘스를 내려친거겠지
그렇다면
'이 관점'에서 욘스를 바라보면 욘스를 '내려치기' 하는 못된 놈이고
'저 관점'에서 욘스를 바라보면 욘스를 '제대로' 평가하는 사람일까
모든 서울팬들이 똑같은 관점에서 욘스를 바라볼 순 없음
우리는 그것부터 전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욘스가 '어디서도' 훌륭한 감독일거냐? 내 생각엔 아님
욘스가 '모든 서울팬들에게' 훌륭한 감독이냐? 내 생각엔 그럴 필요 없음
욘스가 어린 유망주 육성에도 능하냐? 난 그렇게는 안봄
팀이 가진 자원이 안좋을 때, 욘스가 좋은 감독일까? 나는 아닐거라고 믿음
그럼 욘스가 레전드냐? 서울 역사상 최고 레전드지, 나에게는.
그럼 욘스가 훌륭한 감독이냐? 서울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감독이지, 나에게는.
올려치기, 내려치기를 논하기 전에 각자가 각자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누군가를 올려치고 누군가를 내려친다는 일로 불 탈 필요조차 없을 것임
'니가 생각하기엔 욘스가 못했니? 그래 그럼 넌 그렇게 생각해라'
해버리고 말아버리면 내려치기 가지고 입씨름 할 일도 없게 되거니와
설라에는 욘스를 다양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게 되는거고
나는 그게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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