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수는 '패스'는 준수할지 몰라도 '빌드업'을 잘하는 선수는 아나다
용어를 정리하자면, '패스'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능력'이고 '빌드업'은 '경기의 흐름을 읽고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난 뒤 팀에게 전술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패스를 전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황현수는 '패스' 능력 자체만 보면 생각보다 그리 나쁜 선수가 아니다. 19 시즌에는 3백의 스토퍼자리에서 좋은 전진패스를 여러번 보여줬고, 21시즌에도 간혹가다 번뜩이는 패스가 여러번 나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패스'와 '빌드업'은 의미가 다르다. 단순히 패스를 잘한다고 해서 빌드업을 잘하는 건 아니다. 빌드업을 잘하려면 패스 외에도 탈압박과 경기운영능력이 동반되어야 힌다.
그리고 황현수는 탈압박과 경기운영능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황현수가 우리팀에서 잘했던 시기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황현수가 우리팀에서 잘했던 시기는 17시즌, 19시즌, 20시즌 후반기이고 부진했던 시기는 18시즌과 21즌이다. 공교롭게도 17시즌과 19시즌에는 황현수가 빌드업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반면에 18시즌과 21시즌은 그렇지 못했다.
17시즌에 황현수는 4백의 중앙수비수를 맡았는데 당시 서울에는 국가대표 센터백 곽태휘가 황현수의 파트너였다. 덕분에 황현수는 곽태휘의 노련한 리딩을 받으면서 수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시즌에 곽태휘의 폼이 저하되다보니 곽태휘의 파트너가 곽태휘의 부담을 줄여줘야 했다. 하지만 황현수는 그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김원균에게 경쟁에서 밀려버렸다. 김원균이 패스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수비를 리딩하는 능력에서는 황현수보다 근소하게 앞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19시즌에 황현수는 최용수 감독 하에서 3백의 스토퍼로 출전했다. 그런데 3백의 스토퍼는 4백의 중앙수비수에 비해 커맨딩 능력이 덜 요구된다. 이 때 전반기에는 김원균이 스위퍼 자리에서 수비의 중심을 책임졌고, 김원균이 부상으로 빠진 후반기엔 정현철이 스위퍼를 소화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돌아온 오스마르도 수미와 센터백을 번갈아 오가며 빌드업을 보조했다. 그래서 황현수는 자기 자리에서 탈압박과 경기운영의 부담을 던 채 편하게 패스를 할 수 있었다. 즉, 황현수는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만 충실하면 되었다.
이후 20시즌 전반기에 욘스의 셰필드 3백이 실패하고 황현수는 후반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김남춘과 4백의 센터백 조합을 구성했다. 이때는 19시즌만큼은 아니었지만 황현수는 그럭저럭 평타를 쳐줬다. 육각형 센터백인 김남춘은 곽태휘만큼은 아니어도 빌드업과 리딩을 준수하게 해줬다. 이는 황현수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하지만 김남춘이 우리 곁을 떠나고, 21시즌에 황현수는 김원균과 함께 4백의 센터백 듀오를 이뤘다. 그런데 김원균은 19시즌에 부상을 당한 이후 폼이 떨어졌고, 커맨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황현수에게 빌드업 부담이 가해지면서 18 시즌의 문제점이 재발해버렸다. 상대팀이 기스마르를 압박하면 황현수와 김원균이 후방에서 탈압박과 경기운영을 같이해줘야 했는데 두 선수 모두 그 정도의 역량은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황현수는 안익수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이한범에게 주전에서 밀리게 된다. 이한범이 나이는 어려도 황현수보다 커맨딩 능력은 능숙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까지 황현수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황현수는 아직 '빌드업에 약한 수비수'라는 한계를 깨지 못하고 있다. 황현수가 내년에 익수볼에서 살아 남으려면 탈압박과 경기 운영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센터백의 후방 빌드업이 중요한 익수볼에서 경기 운영 능력과 탈압박이 부족한 수비수는 주전을 차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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