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SEOUL] 아빠와 아들이 손 잡고 떠나는 추억 여행,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Ghostbusters : Afterlife)는 시리즈의 3편입니다.

당초 기존 캐스트인 이곤 스팽글러 역할의 해럴드 래미스(감독,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빌 머레이 주연의 명작 [사랑의 블랙홀]을 만들기도 했어요.)와 1, 2편의 감독을 맡았던 이반 라이트먼이 1989년 2편이 개봉했던 이후로 꾸준히 제작을 시도했습니다만, 여러가지 사유로 번번히 무산된 바가 있습니다. 제작이 가시화되던 상황에서해럴드 래미스가 사망함으로서 프로젝트가 전면적으로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2016년에 기존 작품의 여성버전 리메이크 영화인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가 제작되어 공개되었습니다만, 영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이에 뒤따르는 혹평으로인해 흥행에도 크게 실패하면서 시리즈화 자체가 취소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2021년에 나왔습니다. 리메이크 버전을 철저히 무시한 채, 1989년에 나온 2편에서 이어지는 속편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라이즈'로 변경되었지만, 이 작품의 원래 부제는 'Afterlife'입니다. 내세, 사후세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좀 더 파고든다면, 'After'에 방점이 크게 찍혀있는 영화입니다. 2편이 개봉한지 햇수로 33년입니다. 1편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38년이 흘렀고요.  젊고, 활기넘치던 오리지널 캐스트는 이제 영화계에서도 손꼽히는 원로배우들이 되었습니다. 레이 파커 주니어의 신나는 [고스트버스터즈] 주제가를 흥얼거렸을 어린이들은, 그때의 자신 나이대의 아이들이 한 명씩 있을 부모 세대가 되었습니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부모들이 즐겨온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아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쓰여진 이야기입니다. 

영화 구석 구석, 1, 2편의 향취가 기분 좋게 관객들을 맞이합니다. 조금만 눈썰미가 있다면 금방 발견할 수 있는 오마주와 팬서비스가 2시간 남짓되는 런닝타임 내내 가득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캐스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가면서도, 오리지널 캐스트에 대한 존중 역시 잊지 않고 챙겨갑니다. (주로 빌 머레이에 의해 만들어졌던) 1, 2편의 시니컬하면서도 허무한 조크들도 여전하고요.

감독인 제이슨 라이트먼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작의 감독인 이반 라이트먼의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영화 세계 속에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바 있죠. 감독의 말에는 한치 어긋남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오래된 장난감 같은 영화입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로봇 장난감을 어린 아이가 우연히 서랍속에서 발견한거죠. 여기저기 먼지는 덮여있고, 관절은 고장나서 팔 다리는 덜렁거리고, 설명서도 없어서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할지도 난감한 그런 유행지난 장난감입니다만, 몇 번 가지고 놀면 퍽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해하면서 추억하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2022년에 이 영화를 체험하는 관객들에게는 녹록치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시절의 향수에 온전히 의지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단순히 전작들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의도한 경험을 온전히 체험하는 건 불가능할겁니다. 작품 자체가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만큼, 화려한 볼거리나 임팩트를 남기는 연출의 비중도 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32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린 관객들에게는, 아니, 1편과 2편을 즐겁게 감상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물이 될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