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행하는 1+2 승강제에 반대하는 이유

첫째, 강등가능한 팀수에 비해 1부리그 규모가 너무 작다.

자칫하면 리그 구성원의 25%가 물갈이될 수 있는데, 이 수치는 건강한 긴장감과 경쟁이라는 승강제 본연의 목표를 한참 벗어나서 과열경쟁, 무한경쟁으로 리그 전체를 몰아넣는 조치에 해당한다. 리그의 안정감이 없어지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 반드시 있을 것인데 그걸 생각지 않은 조치다.

전 세계적으로 K리그1보다 리그규모가 1.5배 가량은 되는 곳들에서나 1+2 승강제에서 3 승강제를 쓰는데, 이번 조치는 연맹이 너무 세심하지 못한 조치다. 특히, 2부리그의 승격 동기부여가 1부리그의 잔류 동기부여보다 더 가치있다고 마음대로 단정짓는 조치다. 마치 공격이 수비보다 중요하다고 다득점 우선칙을 일방적으로 도입한 것처럼 말이다.

둘째, 설령 1+2 승강제에 동의한다고 해도 지금의 방식은 틀렸다.

하다못해 K리그2 측에서는 인터리그 경기에 해당하는 승강PO를 하기 전에 포스트시즌에 해당하는 K리그2 승격PO를 치른다. 이렇게 하면 형식적으로 승격PO에서 최종적으로 우승한 팀이 K리그2 준우승 자격으로 승강PO 출전권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방식을 보라. K리그2 준우승팀과 K리그1 준꼴찌팀이 바로 승강PO에서 맞붙는다. 그리고 기존의 K리그2 승격PO는 K리그2 최종3위를 결정하는 포스트시즌으로 성격이 바뀌어, K리그1 최종10위와 승강PO에서 맞붙는다. 여기서 이미 그려질 수 있지만, 2부리그 2위는 승격 실패한 반면에 3위는 승격하고, 1부리그 11위는 잔류하는 반면에 10위는 강등 당할 수도 있다.

포스트시즌제를 시행하는 것도 아니면서 정규시즌의 순위가 팀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그건 공정하다고 납득하지 못하는 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1부리그 팀들이 얻는 이득이 하나도 없다.

냉정하게 1부리그 팀들이 얻는 이득이 없다. 1부리그 팀들한테는 채찍만 때리면서 당근은 2부리그 팀들에게만 몰아주는데 행복해할 1부리그 팀이 과연 있긴할까? 참고로 현재 K리그는 1부리그 팀이 2부리그 팀보다 많다. 즉, 다수의 구성원을 일방적으로 불행하게 만드는 조치라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이건 당근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2부리그 팀한테도 마이너스가 되는 제도다.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승격하는 것은 그만한 경쟁력이 수반하지 않는 이상 잠깐 1부리그에 얼굴만 비추고 다시 강등되는 패턴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제도가 2부리그 팀들에게 경쟁력을 더 키우라는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지금 수준의 경쟁력으로 더 쉽게 올라오는 길만 열어준다면 그게 리그 전체에 던지는 메세지가 과연 무엇일까? "경쟁"이라는 가치에 대한 연맹의 철학이 무엇인지가 이런 제도를 하나하나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드러난다.

무근본 리그라고 욕을 먹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이런 세심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연맹의 시각과 가치와 철학이 얼마나 고민이 없었는지를 통해서 무근본 리그임을 드러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