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규정 정독 이후 활동 바랍니다!
  •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설라극장

[시네마 SEOUL] [렌트](Rent; 2005) 영화와 뮤지컬, 그 메꿀 수 없는 간극에 대하여.

Lochas title: 뗑컨Lochas 69

6

1
https://fcseoulite.me/free/9253187 복사

1. 렌트(Rent)는 어떤 작품인가. 

 

[렌트]는 1996년 1월 25일 초연된,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의 성-스루 록 뮤지컬입니다.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원안 삼아 완성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렌트]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의 행적 및 이름이 [라 보엠]에서 따온 것들이 많고, 전개 자체도 [라 보엠]에서 따온 것들이 많아요. 물론 단순히 [라 보엠]에서만 따온 것은 아닙니다. 8-90년대에 변변찮은 성공작 하나 없이 살아가던 조나단 라슨이 자신의 인생을 통해 보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녹아들어있어서, 그가 살았던 시대상을 강하게 반영하는 작품이기도 해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일상, 에이즈, 친구의 죽음 등 조나단 라슨의 인생이 거의 그대로 들어가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1996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시작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당해 4월부터 2008년까지 12년 동안 공연을 이어가는데 성공하면서, 렌트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그리고 가장 크게 성공한 록 뮤지컬로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2. 조나단 라슨

 

[렌트]를 이야기 할 때,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를 빼놓고 할 수는 없습니다. 

 

8-9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의 동네였던 소호의 싸구려 아파트방에 살면서, 라슨은 식당 서빙을 비롯한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뮤지컬 작곡/작사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처음 라슨이 작업하던 작품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기반으로 한 SF 뮤지컬 [슈퍼비아]였습니다. 당시 조나단 라슨 본인은 이 작품을 [1984]의 라이센싱 뮤지컬로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조지 오웰의 허락이 따르질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1984를 연상시키는 모든 요소들이 작중에서 삭제될 수 밖에 없었지요. 

 

라슨은 이 작품을 1983년부터 7년 넘게 작업해왔습니다. '리처드 로저스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완성도는 인정받았던 작품이었고, 7년 동안 작업해오면서 제대로 극장에서 워크샵까지 거쳤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브로드웨이에 올리기에는 당시 트렌드에 맞지 않았으며,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기에는 제작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다는게 그 이유였죠. 

 

[슈퍼비아]의 무대화가 힘들어지자, 라슨은 자신의 다른 작업물들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하나는 자전적인 1인극 [틱, 틱... 붐!]이었고 또 하나는 [라 보엠]을 바탕으로 만든 록 뮤지컬 [렌트]였습니다. 

 

[렌트]는 당초 조나단 라슨 1인의 기획이 아닌, 빌리 애런슨과의 공동 기획에 의해 시작된 작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지부진한 기획 과정 끝에 애런슨이 작업을 포기하고 라슨 혼자만 남아서 권리를 인수한 다음, 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라슨 개인에 있어서 [렌트]는 포기하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라 보엠]에서 거친 현실 속에서 가난하지만 낭만을 지키는 예술가들의 이야기. 조나단 라슨 개인의 삶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던 이야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라슨은 [렌트]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 1월 26일, 공식적으로 [렌트]의 첫 공연이 있었습니다. 뉴욕 씨어터 워크샵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렌트는 당시 참여한 언론, 전문가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7년에 걸쳐 렌트를 작업해왔던 라슨에게 있어서 드디어 보상의 순간이 다가온 겁니다. 언론은 앞 다투어 라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사방에서 칭찬 세례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조나단 라슨 인생 최고로 행복했던 날은 비극으로 끝이납니다. 

 

성공적으로 워크샵을 마치고 호텔방으로 돌아온 라슨은 그 날 밤, 대동맥류로 사망하고 맙니다. 본격적인 개막을 단 하루 앞둔 상황에서 말이죠. 

 

다행히도, 당장 원작자가 사라져버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음에도 [렌트]는 성공적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사실, 조나단 라슨 개인사가 [렌트]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죠. 

 

[렌트]는 [라 보엠]의 재해석이었지만, 동시에 조나단 라슨과 그의 동료들의 인생이기도 했습니다. 인생에 대한 보상을 앞둔 순간에 사망한 라슨의 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렌트]의 서사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살아 생전, 자신의 예술로 그 누구도 열광시키지 못했던, [렌트] 넘버의 가사에서도 말했듯 '그저 인정받기를 원했던' 그의 바램이 라슨의 죽음으로 실현되었습니다.

 

 

3. 영화 [렌트], 뮤지컬과 현실, 그리고 영화의 메꿀 수 없는 간극이란. 

 

브로드웨이에서의 높은 인기와 성공을 바탕으로, [렌트]는 영화화까지 성사됐습니다. [나 홀로 집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초연 이후 2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그 누구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초연 당시의 오리지널 캐스트 대부분이 자신의 배역으로 복귀했습니다. 대부분인 이유는 미미 마르퀘즈 역과 조앤 제퍼슨 역할을 맡은 배우가 나이 등의 이유로 교체되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영화는 북미에서 혹평을 받고 실패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판이 뮤지컬의 모든 넘버들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이 클겁니다. 

 

[렌트]는 성-스루 뮤지컬입니다. 영어로 표기하면 Sung-Through가 되는데, 간단히 설명해서 뮤지컬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노래로만 극을 전개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렌트] 중간 중간에는 최소한의 대사가 있기때문에 완전한 성-스루 뮤지컬이라고 규정하긴 힘듭니다. 그렇지만 극의 90% 이상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만큼 짧고 긴 넘버들이 1, 2막 합쳐서 무려 42곡이나 됩니다. 

 

현재까지 성-스루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완성한 뮤지컬 영화는 몇 작품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작품은 더더욱 적고요.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그리고 [레 미제라블]이 그나마 성-스루 방식을 그대로 옮겨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영화들인데, 이 중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예산과 방향성의 문제로 원작을 두고 상당 부분 바꾼 작품입니다. 

 

따라서 단 두 작품 만이 성-스루 방식을 영화 속에 겨우겨우 녹여냈다고 보면 될겁니다.

 

그러다보니 [렌트] 영화판은 상당히 많은 수의 넘버들을 삭제했습니다. 작중 살리기 힘들거나, 단순 대화 수준으로짧은 넘버들을 대거 쳐내고 17곡만을 남겨놨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뮤지컬 [렌트]를 알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영화 [렌트]의 모양새는 상당히 이상했을거예요. 

 

또, 영화가 개봉한 시기도 중요합니다. 2005년이죠. 

 

[렌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주요 소재는 에이즈입니다. [라 보엠]에서 예고도 없이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앗아가던 결핵처럼, 8-90년대의 에이즈는 그런 병이었습니다. 

 

어디서 감염된건지도 모르는데다가 8-90년대의 불완전한 칵테일 요법은 환자들의 생명을 겨우겨우 붙들어주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렌트]의 근간을 이루는 감정에는 예술가들이 인정받지 못하며, 현실 속에 순응해야한다는 좌절과 분노가 있지만, 또 한 편에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 역시 존재했습니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즈 합병증으로 죽어야 했던 미미가 기적처럼 눈을 뜨는 장면 역시, 자신 주변 인물들을 예고없이 앗아가던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슬픔을 극복하려했던 라슨의 염원이 드러난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2000년대 이후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에이즈는 여전히 불치의 공포스러운 병입니다. 그렇지만 [렌트] 뮤지컬이 초연된 1996년, 항 레트로바이러스제가 처음 시판된 이후로, 병원 억제를 위한 여러 약제를 섞어 복용하는 '칵테일 요법'이 꾸준히 발전했습니다. 경제적, 신념적 문제가 아닌 이상 환자들 역시 일반인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는게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에이즈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치료법의 발달로 인해 예전과 같은 범사회적인 에이즈 창궐, 그리고 사망 사고를 더이상 일상적으로 접하는 건 어렵게 되었습니다. 오늘 날의 관객들이 더이상 [렌트] 작품 전체를 감도는 분위기를 온전히 읽어내기는 힘들어졌어요. 

 

위에서 말했듯, [렌트]는 조나단 라슨의 생전 경험과 사회 분위기가 강하게 반영되어있는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초연 이후 9년이 지난 2005년 시점의 관객들이 그 당시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2022년이 된 지금은 더 말 할 것도 없을거고요. 

 

어떤 의미로 본다면, [렌트]는 90년대 말, 2000년대 초의 시대상이었기에 통용될 수 있던 작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영상화에 아쉬움을 남겼을거고요.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작품을 꽤 좋아합니다. 

 

뮤지컬의 많은 넘버들이 대거 삭제되었으며,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정해진 시간 내에 뮤지컬 [렌트]의 모든 것을 최대한 담아내는 과정에서 굳이 필요없는 묘사들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원작의 핵심을 잘 짚어냈으며, 충실히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많은 넘버들이 사라졌음에도, [Light My Candle] [Tango Maureen] [Out Tonight] [Seasons of Love] [La Vie Boheme] 등의 극 전개 및 주제에 중요한 넘버들은 충실하게 살아남았으며, 오리지널 캐스트들의 여전히 재기넘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스크린 위에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거기서 기인한 절망감과 분노는 옅어졌을지언정,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오늘날에 있어서 영화 [렌트]가 묘사하는 포용과 관용은 2022년, 정치적 올바름 및 성갈등이 극에 달한 지금에 와서 봐도 제법 진취적이고 이상적입니다. 

 

[렌트]가 가지고 있던 동시대성이 시간이 지나 그 의미가 퇴색되어버렸을지언정, 시대가 지남으로서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취득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렌트]가 지닌 가치는 오늘날에 와서 더 중요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2022년 지금이기에, 이 영화는 또 다른 평가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고 할까요. 

 

 

 

-Lochas. 


그냥 써놓은거 아까워서 여기에도 올려봄.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귀요미음바페
    귀요미음바페
  • 잼아저씨
    잼아저씨

  • 쪼꼬형
  • 바이올렛에버가든
    바이올렛에버가든

나와 다른 의견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시고

뒤로가기를 누르시거나 분리하기 기능을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홍보 [북뽕또또] 주말 프리미어리그 3경기 오픈 10 title: 아이즈원_조유리위즈원 14시간 전20:58 96 +3
공지 공지 정치글 전면 금지 안내 14 title: 루피혜구구 5일 전23:30 760 0
공지 자유 양도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이 글 댓글로 182 title: 미니멀라이즈임멍청 5일 전14:18 2257 +42
공지 자유 사진전 굿즈, 도록, 액자, 키링 등 후속 처리 관련 안내 (후원자 필독) 19 title: 미니멀라이즈임멍청 24.02.22.14:01 3670 +17
공지 공지 설라 분위기와 관련하여 회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공지 (개개인 의견/표현 존중 요청) 25 title: 루피혜구구 24.02.06.15:56 5977 +133
공지 자유 - 타 커뮤 반응, 유튜브 댓글, 유튜버/sns 반응 가져오지 마세요 - 10 title: 루피혜구구 24.01.08.19:53 8021 0
공지 후원/예산 서울라이트에 후원 해 주신 회원들을 대상으로 서울라이트에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닉네임 옆에 아이콘을 달아드립니다. 21 title: 루피혜구구 23.09.21.05:05 18059 0
공지 공지 가입하셨는데, 가입 인증메일이 안 오시는 분들 필독* 6 title: 루피혜구구 23.08.20.21:40 11295 0
공지 공지 레트로 / 경기 티켓 / 선수카드 교환 및 판매는 중고장터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21 title: 루피혜구구 23.08.18.15:40 13423 +17
공지 후원/예산 서울라이트의 개발·유지보수를 위한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16 title: 루피혜구구 23.08.17.15:47 8875 0
공지 공지 북뽕광고를 오픈합니다 14 title: 루피혜구구 23.07.17.22:09 9094 0
공지 북슐랭가이드 북슐랭가이드(서울) 지도 공유 30 title: 루피혜구구 23.05.17.22:48 12084 0
공지 공지 회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부탁 24 title: 루피혜구구 23.02.28.22:36 14205 0
공지 공지 글 쓰기 가이드라인 (꼭 지켜주세요) 22 title: 루피혜구구 22.03.30.22:22 13110 +74
공지 공지 FCSEOULITE 관리규정 [2023.08.17 개정] 7 title: 루피혜구구 22.03.30.22:18 21148 +25
자유 나도 나도 생겼다!! 28 title: 뗑컨북항항 2시간 전08:49 762 +120
자유 레이저 마킹 ㄹㅇ 부럽긴하다 10 title: 미니멀라이즈FC서울라이트 3시간 전08:27 982 +76
자유 오늘 마스크 !!!!!!!!!!! title: 뗑컨팔쪽이 4시간 전07:28 657 +67
자유 평일 직관 도전..!! 2 title: 미식가원서키 3시간 전08:09 302 +39
971016 자유
normal
title: 뗑컨FC꼬부기 2분 전11:26 12 +1
971015 자유
normal
title: 도트 씨드강성진의왼발 3분 전11:25 22 +1
971014 자유
normal
title: 2023 소시오 레알KI플레이어 4분 전11:24 25 +4
971013 자유
normal
FC서울저점매수 5분 전11:23 54 +1
971012 자유
normal
이칸사부코 6분 전11:22 29 +1
971011 자유
normal
title: 치타스일일사 9분 전11:19 58 +1
971010 자유
normal
title: 하트기성용리리 9분 전11:19 25 0
971009 자유
normal
title: 뗑컨대장펭귄 9분 전11:19 55 +4
971008 자유
normal
title: 민초단뉘뉘뉜 11분 전11:17 39 +7
971007 자유
image
title: 뗑컨우다다다다다다다 12분 전11:16 79 +7
971006 자유
image
상암은집에서멀어 12분 전11:16 67 +8
971005 자유
normal
title: 지우랑 피카츄박동찐 15분 전11:13 48 +2
971004 자유
normal
title: 치타스일일사 15분 전11:13 64 +5
971003 자유
normal
title: 도트 씨드강성진의왼발 15분 전11:13 31 +1
971002 자유
image
title: 뗑컨김망자 16분 전11:12 71 +10
971001 자유
image
title: 뗑컨대장펭귄 20분 전11:08 132 +6
971000 자유
normal
title: 미니멀라이즈FC서울라이트 20분 전11:08 67 +5
970999 자유
normal
title: 뗑컨축구도사오스마르 20분 전11:08 37 +2
970998 자유
normal
title: 뗑컨함선우코인탑승 21분 전11:07 51 +4
970997 자유
normal
title: 씨드3햄찌짱욱 21분 전11:07 1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