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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라극장

[시네마 SEOUL]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

Lochas title: 뗑컨Lochas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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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cseoulite.me/free/9770916 복사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혹여나 다른 영상물 및 소설을 읽지 않으셨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작품은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을 맡은 [나일강의 죽음]의 전편입니다. 선후 관계가 좀 이상하긴 한데, 엄밀히 따지면 [나일강의 죽음]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후속작이 되겠네요.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모든 추리 소설을 다 통틀어봐도 이 작품 이상 가는 작품이 없을거라는 평을 듣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사실 이미 한 차례 영화화가 이뤄진 적이 있습니다. 바로 거장 시드니 루멧에 의해 만들어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74)죠. 


이 작품은 당대 최고의 배우들만 모아놓은 걸로 유명했습니다. [007] 시리즈로 유명한 숀 코너리를 시작으로, [에어포트]의 재클린 비셋, [미션 임파서블]에 나온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싸이코] 시리즈의 노먼 베이츠로 유명한 앤서니 퍼킨스, 여기에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의 로렌 바콜 등 20세기 할리우드 영화사를 언급하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심지어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어요. 


그에 비해 주인공인 에르퀼 푸아로 역할은 그 당시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고, 어린 편이었던 39살의 알버트 피니가 맡았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쟁쟁한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을 이기고 알버트 피니 본인의 확고한 푸아로 연기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작품은 크게 성공했으며, 사실상 그 이후에 나올 모든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상물들에게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성공모델이 되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2017년에 나온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역시 시드니 루멧의 영화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오히려 시드니 루멧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리메이크라고 봐도 좋을 정도죠. 


특유의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한 미장센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캐릭터들의 해석도 1974년작과 상당부분 유사합니다. 특히 하버드 부인 역할의 미셸 파이퍼는 비주얼적인 측면과 묘사까지 로런 바콜의 그것에서 상당히 빌려온 편입니다. 미셸 파이퍼 얘기를 꺼냈으니 이어가자면, 1974년작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2017년작의 캐스팅 역시 현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하고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은 모조리 모아놓았다 봐도 무방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이렇게 외피는 훌륭하게 복제를 해왔습니다만, 과연 알맹이는 어땠을까요? 


일단 원작을 다시 들고 와보겠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반전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용의자가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라는 반전 말이죠. 


이제 와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지만, 그 당시에는 추리 소설의 프레임을 바꿔놨을 정도로 강렬한 반전이었다고는 합니다. 


그 탓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의 푸아로의 추리 과정은 단순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군상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다양한 사연들과 관계들을 풀어내는게 목적이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다른 열 두 명이 한 자리에 모여서 한 명의 미국인을 살해해야했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단 말이죠. 


그런데, 케네스 브래너는 그 부분을 상당 부분 삭제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릅니다. 정해진 러닝타임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지나치게 많은 대화씬이 관객들의 집중력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어요. 


그 덕에, 일명 푸아로의 피날레라고 부르는 클라이막스 장면이 그 힘을 잃습니다. 


관객들에게 충분한 단서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일거일투족을 하나하나 꺼내는 푸아로의 추리는, 푸아로에게 권총까지 쥐어주는 극단적으로 감정적인 소품까지 동원했음에도 당위성을 가지지 못합니다. 


그 결과로 이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했음에도, 가진 패를 살려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화려한 비주얼 역시 영화에 몰입하는데에 있어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눈보라가 쳐서 열차가 멈춰섰다'라는 플롯적 요소와 열차로 한정된 공간적 배경을 통한 폐쇄성과 이로 인해 날카롭게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통해 그 긴장감을 잘 살릴 수 있었겠지만, 영화의 화려하고 상대적으로 넓어보이는 비주얼 탓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단점만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화려한 미장센과 다시 모이기 힘든 배우들의 호연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거워지는 영화입니다. 특히 19세기 아르누보 스타일로 웅장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진 기차 내부의 디자인과 등장인물들의 의상은 입이 떡 벌어지게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말이죠, 과연 추리가 부족한 추리 영화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의문이 남는군요. 


-----------------------------------------



사진 넣으려다 귀찮아서 글만 썼다.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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