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 리뷰: 중계에 잡히지 않은 양 팀의 수싸움
안녕하세요, 경기 리뷰 쓰는 설라 다카하기입니다. 많은 분들 기분이 좋지 않으실 텐데, 한 주 동안 마음 잘 추스르시고 다음 라운드에 다시 경기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직관하면서 리뷰 와꾸가 너무 완벽하게 잡혀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어이없는 실수로 패배. 거기다 집에 와서 중계를 돌려보는데, 제가 포인트로 생각한 부분은 중계에 거의 잡히질 않았더군요... 너무 속상하지만ㅠㅠ 아쉬운대로 리뷰해봅니다.
전반 15분. 투톱인 서울 상대로 박용우를 내려 쓰리백 형태로 빌드업하는 울산입니다. 반대로 포백인 우리를 상대로 울산은 바코를 올려 투톱 형태로 압박하고, 우리는 이에 기성용을 내려 쓰리백 형태로 빌드업하는 장면도 많이 나왔습니다. 이번 시즌 익숙해져야 하는 장면들이죠. 2라운드 광주전과는 달리 울산의 빌드업 형태에 크게 고전하지는 않았는데요. 울산의 빌드업 작업이 광주만큼 정교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우리도 이에 대비해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나상호를 올려 쓰리톱 형태로 압박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보시다시피 나상호가 지켜야 할 위치가 비어있어 울산은 이 공간을 노려야 합니다.
전반 36분. 아까와 정확히 같은 상황에서 설영우에게 완벽하게 공간이 열렸고, 울산은 놓치지 않고 설영우에게 볼을 전개합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 설영우가 볼을 받아 드리블하는데, 김영권을 압박하던 나상호가 어느새 내려와 파울로 설영우의 공격을 끊어냅니다. 이런 장면이 자주 나왔는데, 나상호의 공간 이해도과 활동량, 스피드는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실질적으로 나상호는 상대의 왼쪽 센터백과 왼쪽 풀백 두 명을 동시에 마크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선수가 왜 국가대표냐고요? 개잘하니까. 나상호는 경기하면서 종종 두 명분의 압박을 한 셈인데, 그 와중에 공격에서도 위협적이었고 골까지 넣었습니다.
이 경기의 포인트를 보기 전에 우리는 '채널'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채널에는 수평, 수직 채널이 있는데 여기서는 수직(vertical) 채널만 보고 넘어갑시다.
출처: Spielverlangerung.com
이 그림을 보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포백의 네 명 수비 사이의 공간이 바로 채널입니다. 이 그림에선 다섯 개의 채널이 만들어지는데, 포백을 상대로는 이 다섯 채널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주 간단히 얘기하면 숫자 싸움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이 다섯 개의 채널에 공격수를 각각 배치하는 형태는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즐겨 쓰는 전술이기도 합니다.
전반 14분. 보시다시피 울산이 다섯 개의 채널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중계 화면에 보이지 않는 김진야까지 서울도 대응하여 다섯 명의 수비를 배치했죠. 이 장면에선 임상협이 내려와서 수비 숫자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채널이 막히면 울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처: Spielverlangerung.com
답은 채널을 여섯 개로 늘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울산은 수시로 다섯 개, 혹은 여섯 개의 채널을 확보하며 공격에서의 수적 우위를 가져가려 애썼는데, 서울도 거기에 빠르게 대응하여 수비 숫자를 맞춰주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중계 화면이 볼 위주로 잡히다보니 중계에는 거의 잡히질 않았는데, 전반 내내 이 채널을 둘러싼 양 팀의 싸움이 미친 듯이 재밌었습니다. 화면으로 설명해드리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네요ㅠㅠ 서울에서는 특히 임상협과 기성용이 유동적으로 라인을 오르내리며 숫자 싸움을 잘해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압박 대형의 유지나 커버 플레이 등 수비 조직력은 이미 완성된 상태로 보입니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하는데 나상호 선수 칭찬은 정말 많이 하고 싶네요.
울산전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직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제주전 앞두고 쓸만한 게 있는지 찾아봐야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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