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판] 대구전 줌인서울
알록달록 복숭아빛으로 세상을 빛냈던 벚꽃이 저물고 이제는 뜨거운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봄과 여름 그 사이에서, FC서울이 대구전을 준비한다.
각자 개인의 짐을 실은 캐리어를 끌고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의 눈엔 비장함이 흘렀다.
최준, 주장 기성용, 일류첸코 등 차에서 내린 선수들은 라인 뒤에 서서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투벅투벅 걸어갔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나와 잔디를 밟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승모 선수는 N석을 빤히 바라보다 가까이 다가오는 카메라맨에게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홈 복귀전이시잖아요, 떨리지 않으세요?"
"떨리지는 않는데 빨리 팬들 앞에서 경기를 뛰고 싶었던 맘이 컸어서 오늘 그 날이 온 것 같아 너무 기뻐요."
화면은 바뀌었고 선수단은 실내 훈련실에서 폼룰러, 마사지볼을 이용해 몸을 풀면서 서서히 경기장 분위기에 맞춰갔다.
양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서 폼룰러로 몸을 푸는 기성용 선수의 얼굴엔 그림자가 가득했다.
필드를 나가면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가, 오늘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등 여러 감정이 스쳐가는 것 같았다.
무대 위에 서야 비로소 광이 나는 연극 배우처럼 유니폼을 갈아입고서 경기를 나설 채비를 마친 선수들이 감독 앞으로 와 몸을 조금씩 풀었다.
"홈 3연패지 우리가? 외부에선 그걸 가지고 우리를 평가하지만 결국 그것조차 이겨내는 것도 우리 몫이야. 나가서 세컨드볼 생기면 붙어주고, 이기는 게 다가 아니야. 오늘 경기를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상대 공격수가 그리고 크니까 완규, 성훈이는 물러서기보단 붙어주고. 해보자고."
주장 기성용 선수가 양옆에 동료들의 어깨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감독님 말씀처럼 홈3연패. 그걸 이겨내는 것도 우리 몫이지만 거기에 너무 얽매여 있지 말자고. 준비한 대로 하다보면 운이 좋아서 우리가 앞서갈 수도 뒤쳐질 수도 있어. 그때마다 중요한 건 서로 돕는 거야. 필요할 땐 앞에서 조직적으로 싸워주고, 이럴수록 우리가 더 모여야 해. 알겠지?"
연설을 들은 동료들의 눈에선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마치 이빨을 드러낸 사냥개처럼.
승리는 누가 했느냐고?
그건,
이 글을 보는 당신이 5월 19일 일요일 16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목격하시라.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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