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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뒤늦은 경기 감상문

닉변한닉변 title: No.4 김남춘닉변한닉변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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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cseoulite.me/free/5517288 복사

글을 쓰기에 앞서 리뷰도 못 된다. 그러니 이 글은 잡변적인 감상문이다.

이렇게 감정적이어서야 어떻게 거리 두면서 리뷰를 해...




0. 서문

 

2021년 4월 14일 fa컵 경기가 열린 상암에서 FC서울(이하 서울)은 서울 이랜드(이하 서울E)를 상대로 득점력의 부재와 세트피스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인한 실점으로 1대0 패배를 하며 탈락했다. 왜 졌을까를 말하는 건 무의미해보인다. 서울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졸전을 펼쳤고, 두 장의 교체카드를 부상이라는 악재로 사용하면서 예정된 플랜대로 진행되는 것도 거의 없어 보였지만서도 솔직히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이토록 정념을 드러내니 레포트 형식으로 써도 일기에 불과하겠다)

 

1. 선발은 오발탄

 

박진섭 감독과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아마 첫 예상부터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은 인터뷰에서 풀전력으로 상대한다는 정정용의 말을 믿고 레안드로를 봉쇄하기 위해, 동시에 측면 수비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후방에 무게를 실은 백쓰리 포메이션을 가져왔다. 그러나 정정용은 레안드로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지휘하는 이건희를 주포로 서울을 상대하기로 계획을 한 것이다. 

그렇게 박진섭은 선발라인업에서 오발을 쐈다. 발사된 오발탄은 빈 과녁을 향하지만 멈출 수 없다. 이미 제출한 걸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오발을 상정하고 내미는 게 총구다. 한 번의 오발탄이 이번 경기의 패착을 전부 커버할 수 없다. 러시안 룰렛도 아니고 탄환을 한 발만 가져가는 멍청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2.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오스마르

 

전반전부터 서울E의 압박과 이건희의 개인 기량에 의해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진은 오스마르를 제외하면 공이 돌아가는 상황을 만들 줄 몰랐다. 신인인 이한범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장기라고 하던 빌드업과 롱패스에서, 그리고 맨마킹에서도 모두 아쉬움을 보여줬다. 홍준호는 이러한 이한범을 돕기 위해 기용된 것 같았지만 결국 커버되지 않은 왼쪽 측면은 바이오의 주무대가 되었다. 황현수는 대인마킹에서는 나쁘지 않았으나 후술할 빌드업 문제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선술한 오스마르가 있어 그나마 홍준호가 맡아야 한 중앙 수비에서는 불안한 느낌이 많이 없었다. 이 날 오스마르는 수비시 작년에도 볼 수 없던 슬라이딩 태클까지 하면서 수비진을 커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공격시에는 탈압박 이후 팔로세비치, 나상호, 조영욱 등 1~2선과 윙백들에게 공을 주는 ○○○점이 되어줬다.

센터백부터 3선 중앙까지 오스마르만 보였다면 측면에서는? 왼쪽 측면에서는 결국 오스마르만 보였다. 후반전 이건희가 교체아웃되고 바이오가 지칠 때까지 김진야는 공격전개에 있어서도 장기인 스피드에 있어서도 아무 것도 안 보였으니까. 오스마르가 왼쪽과 중앙을 커버하는 동안 오른쪽은 어떨까. 그래도 황현수가  자기가 지키는 박스 안까지는 못 들어오게 잘 견제해줬다 본다. 다만 황현수는 존 테리가 아니다. 신재원의 부족한 기량을 두 명이 침투할 때 막을 수 있는 기량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오른쪽은 박스 안으로의 침투가 적은 만큼 코너킥을 자주 허용했다.

 

3. 유현태 아저씨는 기성용은 팀의 기량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선수랬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기성용이 없으면 선수들의 본래 기량이……

 

부상으로 인해 기성용은 명단 제외였다. 올해 기성용이 팀에 가져온 긍정적인 영향은 경기 내적으로만 봐도 적지 않았다. 우선 리그에서의 공격포인트만 봐도 3골(팀 내 최다 득점) 1어시로 팀에서의 순위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기성용의 영향은 이런 공격포인트에 있지 않다.

기성용이 있을시 팀은 오스마르와 기성용 둘 중 하나가 수비에서 부족한 후방빌드업을 보완하고 다른 한 명이 활동 영역을 넓게 가져가 후방빌드업도 도와주고 팔로세비치와 함께 그 위에서의 빌드업을 도와준다. 이러한 과정은 팀이 공을 소유하고 단점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런 기성용이 빠지면?

오스마르가 후방에서의 빌드업을 보완하지만 당초에 기성용 오스마르 둘 다 후방빌드업에 일부, 혹은 전부의 능력을 넣어야할 정도로 수비진과 빌드업의 능력은 폐허였다. 빌드업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와야할 오프더볼 능력도, 수비진끼리의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도, 한 명이 정리하고 이끌어야 하는 리더쉽도 엉망진창이었다. 2.에서 언급한 압박에 의해 센터백은 공을 받으면서 당황했고 패스를 읽지 못했다.

내가 늘 쓰는 말이지만 패스는 정보다. 한 번의 패스는 방향, 회전률, 강도 등으로 받는 선수에게 주는 선수의 지시를 내리는 매체이다. 그런 점에 있어 오스마르, 기성용, 팔로세비치가 전달하는 패스는 정말 선연한 메시지가 보이는 정보체이다. 선수들끼리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팬들이 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그러나 우리만 알아보나? 당연하게도 상대팀도 알아본다. 그래서 양질의 패스를 받은 선수는 간결하고 신속하게 다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술과 시야, 판단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더비에서 서울 수비진들은 오스마르를 제외한 누구에게서도 그런 능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을 받으면 일단 진정시키느라 시간을 소비하고 그 뒤 주변을 보느라 시간을 소비하고, 파악한 뒤 제스쳐로 위치를 조정하느라 시간을 소비했다. 그 사이 공을 받지 않아도 정보를 파악한 서울E의 선수들은? 이미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공격할 수까지 생각해놨다. 압박을 하겠다 결심한 뒤 그걸 실행하고, 시간을 소비한 서울의 수비진은 받은 패스의 정보를 이행하지 못하고 무조건 전방으로 뿌린 뒤 서울E에게 공격권을 넘겨줬다.

나는 이게 올 시즌 뿐 아니라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반복되는 걸 보면서 선수들의 터치 등의 기량들이 부족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4. 엠뷸런스는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는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조영욱이 부상으로 교체되었다. 서울E 때문이 아닌 잔디에서 미끄러진 탓이다. 정말 예상치 못한 부상이었고 이로 인하여 박진섭 감독은 이른 교체 카드로 정한민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전반전 슛팅 한 번을 제외하면 공간 창출능력, 피지컬, 오프더볼, 패스, 터치 전부 기량이 부족한 걸 보여줬고 결국 재교체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한 장만 쓰일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론 한 명의 부상 이후 두 장이 쓰인 셈이다. 남은 한 장은? 역시 근육 경련이란 부상으로 못 뛰게 된 신재원이 교체되어 나가고 고광민이 들어오는 수가 마련되었다. 이미 교체에서 감독이 원하는 플랜은 전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역시 오발탄이다.

그러나 1.에서도 말했듯 오발탄이 부진의 전부를 말해주는 건 아니다. 부상 이후에도 결과를 가져왔어야 할 상대였기 때문이다. 서울E를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서울의 선발 라인업 다수는 1부 리그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선수들이었음에 반해 서울E의 선수들은 2부 리그에서 2군으로 뛴 선수들이 다수였다. 여기서 부상을 제외해도 평소에 나오던 선수들의 경력과 기량을 생각하면 부상으로 빨간불이 났어도 결과가 이러면 안 됐으니까.  

 

5. 오스마르 빼고 왜 전부 조용하게 춤만 추나

 

공허하다. 완장을 찬 황현수를 시작으로 센터백들은 능동적으로 소통을 하는 걸 거의 볼 수 없었다. 전반전 첫 위험 장면시에도 센터백들은 미리 들어가는 선수들을 한 명도 보지 않았고 공만 바라보다 황현수 쪽이 뚫리는 전개가 나왔다. 이건 공을 주기 전부터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등 확실한 소통이 있었어야 했다.

또한 서울 수비진은 압박과 함께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견제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밀려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심판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심판과 친해질 수 있어야 했고 그것이 경기 내에서 플레이에 국한되지 않는 완장을 찬 선수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판과의 소통을 보여주는 선수는 오스마르나 팔로세비치 뿐이었다. 후반전에 추가된 김원균까지 3명.  수비진은 조용했고 개인적이었다.

부분적인 움직임으로 전체를 완성하는 축구라는 체계에서 소통 없는 부분적인 움직임은 무의미한 춤과 다를 게 없다. 아니다, 춤은 몸으로라도 소통하지, 이건 춤도 아니다. 그럼 뭘까. 바람에 공회전하는 톱니바퀴?

 

 

6. 결론

 

경기는 끝났다. 졸전으로 시작해 졸전으로 끝났다. 이제 대구전을 기다리며 기다릴 뿐이다. 더 쓸 게 없다. 감흥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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