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0원의 의미
최근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봐오며 커왔고, 대학에서 역시 과제로 미야자키 하야오 및 지브리 세계관을 분석한 내게 이번 작품은 설렘 그 자체였다.
작품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톺아본다는 건 그 사람이 아님에도 그 사람-되기 과정을 거침과 그 사람과 연관된 '나'를 톺아보는 것이 뒤섞이며 강렬한 향수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런 감정의 변곡을 통해 우리는 잊었던 감정을 상기시키거나, 새로운 인간상을 깨닫거나, 혹은 삶에 있어 각주 하나는 더 달 수 있는 사람 등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여튼 이전의 나보다 조금 더 새로운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하나의 컨텐츠에 시장이 책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하루의 일부(혹은 며칠)라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장이 메가박스 영화에 책정한 가격은 16000원이다. 우연스럽게도 서울의 티켓 값 역시 일반적으로 지불할 시, 가장 싼 좌석의 가격이 16000원이다.
노파심에 미리 써두지만 나는 영화 등이 축구보다 우월하다는 식의 글을 쓰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마지막 슈퍼매치는 내게 영화가 주는 사유의 계기도, 감정의 변곡도 선사하지 않았다.
문화의 영역은 다르지만, 소비자의 몸은 하나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나의 시장가를 지불하고 비슷한 시간을 투자해 한 자리에서 한 공간을 지켜보는 것. 그런 의미에서 영역이 다름에도 영화 등의 예술 콘텐츠와 축구 등의 스포츠 콘텐츠는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역시 아메리카노나 마카롱과 경쟁하는 것이다.
어제 슈퍼매치는 영화보다, 아메리카노보다 어떤 메리트를 안겨줬는가. 그것이 선택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메리트를 안겨줬을까.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는 경기였다.
서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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