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우와 고광민의 상위호환인 FC서울 레전드급 레프트백.TXT

20세기 FC서울 최고의 풀백이었으며 2016년엔 성남FC의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던 구상범.

우리팀 레프트백하면 아디, 김치우, 고광민, 김동진, 이영표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저들이 등장하기 전에 FC서울 레프트백의 본좌는 구상범이었습니다.

구상범은 인천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에 우리팀에 입단해 1993 시즌까지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1994 시즌과 1995 시즌엔 각각 대우 로얄즈(現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에서 활약한 뒤 은퇴했지요. 

구상범은 우리팀에서 8시즌 동안 약 166경기에 출전해 15골 13도움을 기록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1987 시즌엔 K리그 베스트 일레븐으로 선정됐고 1988 시즌엔 전국축구선수권대회 베스트일레븐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K리그 우승 1회 및 준우승 3회, 리그컵 준우승 1회, 전국축구선수권 우승 1회 등을 달성했지요. 그리고 1989 시즌을 제외하면 항상 등번호 7번의 주인이었습니다.

게다가 1988년부터 1994년까지는 한국대표팀에서 주축 레프트백으로 활약했습니다. 덕분에 구상범은 1988 서울올림픽, 1988 카타르 아시안컵, 1990 이탈리아 월드컵,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등 모든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지요. 김치우, 고광민과 달리 국대에선 나름 입지가 탄탄했던 대한민국 최정상급 선수였습니다.

다만, 김치우와 고광민에 비해선 우리팀에서의 출전 기록이 다소 적은 편인데 이는 당시 축구계 특성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K리그는 대표팀의 하청업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구상범도 잦은 대표팀 차출로 럭키금성에서 K리그 경기를 뛰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1990 시즌에 우리팀에 K리그에서 우승할 때도 구상범은 대표팀 차출로 인해 경기를 거의 뛰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당시는 대학을 졸업하고 만 23세에 프로 신인이 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또한 30살만 넘어가도 노장취급을 받았죠. 때문에 프로 레벨에서 7년 정도만 활약하고 은퇴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심지어 K리그 경기 수도 1년에 20~30경기 정도만 열렸던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런 환경에서도 우리팀에서 166경기 가량 출전한 건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만약 구상범이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면 김치우와 고광민처럼 FA컵, ACL 등까지 출전하면서 200경기도 거뜬하게 찍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팀을 대표하는 레전드로 거론될 수도 있었겠죠.

비록 윤상철과 이영진, 피아퐁 등에 비해 주목을 못받는 편이지만 구상범은 FC서울 역사에서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활약기간과 출전기록 때문에 레전드 반열에 놓기엔 애매할 수는 있지만, 실력만으로는 아디, 이영표와 더불어 역대 레프트백 TOP 3를 다툴만 합니다. 20세기 한정으로는 No.1이구요. 게다가 등번호 7번 계보에서도 존재감이 가장 컸던 선수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