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규정 정독 이후 활동 바랍니다!
  •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칼럼

가해자의 생각과 2차 가해

서울라이트박팀장 title: 뗑컨서울라이트박팀장 78

5

0
https://fcseoulite.me/free/5068129 복사

지난 2월 말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만든 폭로가 있었다. 현직 축구선수 A씨와 대학교수 B씨가 2000년 초등학교 시절 후배 두 명에게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신상은 소속 구단 및 대학의 위치와 같은 기사에 포함된 정보와 네티즌의 검색으로 너무도 빠르게 특정됐다. 이들은 순식간에 성폭행범이라는 입에 담기도 힘든 수식어를 얻게 됐다. A씨와 B씨는 성폭력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계속되는 체육계 학교폭력 논란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대중들은 혼란에 빠졌다. 결국 A씨는 스스로 신상을 공개한 채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A씨와 피해 주장 측의 대립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로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2000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후배 중 한 명이 2004년 중학교 시절 자신의 후배에게 각종 폭력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논란의 중심인 2000년 사건은 현재까지 각자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어 사실인지 알 수 없다는 것과 다르게, 2004년 사건은 해당 사건을 취재 및 작성한 기사가 있고 학교 측의 징계 사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사건의 가해자라고 해서 다른 사건에서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니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폭로에는 큰 문제가 있다. 2004년 학교폭력 및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00년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본인이 내게 가해한 짓을 자신이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00년 사건 및 피해를 주장하는 폭로문에 담겨 있는 구체적인 범죄 묘사는 그 자체로 2004년 사건의 피해자를 심적으로 매우 괴롭게 하는 2차 가해인 것이다. 


지목당한 A씨가 유명 선수다 보니 매스컴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도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자료 옮겨쓰기와 2000년 사건 피해 주장 측 인터뷰 그리고 어뷰징은 2004년 사건 가해자의 주장을 과대대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진작 피해를 당하고 그 사실이 드러난 채 괴롭게 살아가던 2004년 사건의 피해자는 또 한 번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2000년 사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계속되는 주장과 보도가 폭력 피해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현 상황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가해자의 정치철학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몇 해 전 성폭력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정치인의 팬클럽이 사건 이후 클럽 해산 선언문에서 남겼던 말이다. 당연한 상식이다. 타인을 괴롭게 한 사람이 조명받는 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며, 가해자가 어떤 자리에 있든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그런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가해자의 주장은 주장을 한 사람에게 상처받은 실제 피해자가 고통받는 와중에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고, 그 주장에는 피해자가 당했던 사건의 내용과 비슷한 묘사가 들어있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유발하며, 피해자는 자신에게 사과 한마디 없던 가해자의 주장과 내용에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해 “16년 동안 한 번도 사과하지 않던 가해자가 폭력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하니 죽이고 싶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돌로 때려야만 가해가 아니고, 성폭행을 저질러야만 가해가 아니다. 말과 글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만드는 것도 치명적인 가해다. 피해 주장 측은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으니 그렇다 쳐도, 한국 언론은 왜 그리도 2차 가해에 관대한가?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스티브부세미
  • Hasebak
    Hasebak

  • Yohaney

  • 쪼꼬형
  • 축구칙촉
    축구칙촉

나와 다른 의견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시고

뒤로가기를 누르시거나 분리하기 기능을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공지 북뽕인증 금지 가이드라인 추가 관련 투표입니다. 12 title: 루피혜구구 13시간 전23:29 1139 0
공지 공지 FCSEOULITE 개인정보처리방침 개정 공고 10 title: 루피혜구구 15시간 전21:12 1021 +2
공지 공지 설라 보안 업데이트 및 글 쓰기 에디터에서 설라콘 사용 가능 업데이트 완료 안내 29 title: 루피혜구구 1일 전06:57 2010 0
공지 공지 가입일 제한 제도를 폐지하고 상시가입이 가능하게 전환합니다. 11 title: 루피혜구구 1일 전01:37 2272 0
공지 자유 양도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이 글 댓글로 294 title: 미니멀라이즈임멍청 24.03.23.14:18 6149 +42
공지 공지 설라 분위기와 관련하여 회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공지 (개개인 의견/표현 존중 요청) 25 title: 루피혜구구 24.02.06.15:56 8312 +133
공지 후원/예산 서울라이트에 후원 해 주신 회원들을 대상으로 서울라이트에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닉네임 옆에 아이콘을 달아드립니다. 21 title: 루피혜구구 23.09.21.05:05 20500 0
공지 공지 레트로 / 경기 티켓 / 선수카드 교환 및 판매는 중고장터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22 title: 루피혜구구 23.08.18.15:40 15889 +17
공지 후원/예산 서울라이트의 개발·유지보수를 위한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17 title: 루피혜구구 23.08.17.15:47 9571 0
공지 북슐랭가이드 북슐랭가이드(서울) 지도 공유 30 title: 루피혜구구 23.05.17.22:48 12647 0
공지 공지 글 쓰기 가이드라인 (꼭 지켜주세요) 21 title: 루피혜구구 22.03.30.22:22 13739 +74
공지 공지 FCSEOULITE 관리규정 [2023.08.17 개정] 7 title: 루피혜구구 22.03.30.22:18 22531 +25
자유 건강검진 왔는데 레전드 떴다 20 title: 뗑컨차두리 3시간 전09:11 1587 +159
자유 n석 들어갈 때 뛰어서 들어가지 좀 마라 진짜 26 title: 헤이마마 이상민변우석 2시간 전10:53 977 +120
자유 나 대전원정, 수원원정 결과 맞췄던 사람인데 31 title: 슬릭백 오스마르코튼씨드 48분 전12:11 554 +110
자유 [북측자유석 시즌권자 유의사항] 북런트한테 문자옴 9 title: 슬릭백 오스마르작은거인고요한 2시간 전10:41 1041 +100
343 칼럼
image
title: 슬릭백 오스마르개천강등 5일 전18:08 1432 +163
342 칼럼
image
title: 슬릭백 오스마르개천강등 24.04.24.02:58 2070 +125
341 칼럼
image
title: 슬릭백 오스마르개천강등 24.04.21.16:05 1989 +171
340 칼럼
normal
title: 레드벨벳 슬기2웬디 24.04.17.14:59 256 +16
339 칼럼
image
title: 뗑컨Nariel 24.04.10.02:06 173 +12
338 칼럼
image
title: 슬릭백 오스마르신천역 24.04.02.14:42 1929 +210
337 칼럼
image
Ki168 24.03.03.11:39 195 +10
336 칼럼
normal
title: 뗑컨조영욱으로갈아탐 24.03.02.20:30 137 +10
335 칼럼
normal
title: No.4 김남춘잼아저씨 24.03.02.17:31 157 +8
334 칼럼
image
title: 뗑컨Nariel 24.02.15.23:30 186 +10
333 칼럼
image
title: 황족서울조르지훈 24.01.18.08:40 1661 +142
332 칼럼
image
title: No.4 김남춘킴기동 24.01.08.19:16 132 +10
331 칼럼
image
title: 황족서울권혁준 23.12.30.19:07 1756 +109
330 칼럼
image
title: 황족서울권혁준 23.12.26.17:52 1278 +129
329 칼럼
image
title: 슬릭백 오스마르작은거인고요한 23.12.23.21:12 122 +10
328 칼럼
image
title: 슬릭백 오스마르작은거인고요한 23.12.23.12:45 176 +14
327 칼럼
image
title: 황족서울권혁준 23.12.22.18:23 1389 +125
326 칼럼
image
See you, 5smar. 8 북념글
title: 도지떡상윤일록 23.12.22.03:41 844 +89
325 칼럼
image
title: No.4 김남춘킴기동 23.12.20.22:00 168 +16
324 칼럼
image
title: 황족서울권혁준 23.12.18.20:18 678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