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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글 쓰다가 너무 불어나버린 2019시즌 최종전 이야기

김병지 title: 뗑컨김병지 13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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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cseoulite.me/free/4621852 복사


어느새 햇수로 2년이 지난 일입니다. 그런데도 이날은 눈만 감으면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저의 가장 큰 원정응원 추억은 2019년 12월 1일, 대구FC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그날 경기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경기였고, FC서울이 1년간 해온 노력 전부가 걸린 경기였으며 전 시즌 강등권까지 갔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FC서울을 믿고 지켜보고 응원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마지막으로 빛을 내며 타오르는 경기였습니다. 


코로나19로 누구도 맘 놓고 바깥에 나갈 수 없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리운 FC서울의 승리버스에 몸을 싣고 대구로 떠났습니다. 살면서 가본 적도 없던 대구까지 내려가는 3시간여 동안 가장 크게 들었던 감정은 긴 시간 동안 이동하는 피로감이나 다음 날 있던 기말 시험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경기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운이 없다면 1년 내내 뛰어온 선수단과 우리의 행복한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한 해 내내 정말 높은 곳까지 올라온 서울의 도전을 순탄하게 놔두진 않겠다는 듯 대구 현장에는 겨울비가 차갑게 내렸습니다.


우비를 입었지만, 비를 맞으면 추운 날씨였습니다. 12월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1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 맞다가 내일 감기에 들어 기말고사를 못 보는 한이 있더라도 밑바닥부터 최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온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경기 전부터 양 팀의 응원전은 뜨거웠습니다. 팬들은 들어가자마자 응원가를 불렀고, 경기장은 관중이 차고 킥오프가 다가오자 겨울비도 12월의 공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워질 뿐이었습니다. 양팀 팬 모두에게 2019년 한 해 동안 봐온 기억을 다 걸고 펼쳐진 일전이었으니까요. 



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고, 그 뒤 90분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뜨겁게 서포팅했음에도 찬바람과 비를 맞고 시간이 가니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는 것, 막판에는 손이 저려서 박수를 한 번 치기 힘들었는데도 남은 힘을 다 짜내 응원했다는 것 정도만 기억이 납니다. 정신없이 내리는 빗방울 때문인지, 서울의 팬으로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불태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뚱맞게 경기 종료 후가 아니라 하프타임에 펑펑 울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몸은 미리 알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도, 우리도 이렇게 사력을 다하는데 질 수가 없다는 걸 알아서 감동했었나 봅니다. 


경기가 끝난 후 그 카리스마있던 박주영 선수가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뻗고 명예회복을 온몸으로 느끼던 순간은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옵니다. 그럼 그날 하루는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눈물이 가리켰던 대로 우리는 그날 3년 만의 아시아 무대 복귀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다음 해의 서울은 비극 그 자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2019년 마지막 경기의 행복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팀이 침체기에 있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서울의 축구 옆을 지키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FC서울 팬들은 그게 우승이 됐든 극적인 승부가 됐든 벼랑 끝에서 살아돌아온 안도감이 됐든 서울과 함께 만든 이야기를 기억하며, 그걸 인생의 기쁨으로 삼으며 살아가니까요. 



2021년의 우리에게는, 우리 FC서울에게는 행복한 기억이 더 많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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