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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충남아산FC가 아산시의 개혁안대로 운영되면 '지속 가능한 구단'이 될 수 있을까?

안익수 title: 뗑컨안익수 8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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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cseoulite.me/free/7883969 복사

* 이 글은 국내축구 타 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FC서울과는 무관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칼럼탭에는 피카츄가 왜 노란색인지를 써도 된다'는 전 운영자의 말씀이 기억나고, 이 문제가 K리그2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입니다.

* 개축걱정위원회를 가끔 여는 성향이 있는 팬들은 이 칼럼을 즐겨(?) 주시고, Only FC서울 성향의 팬이라면 안 읽으셔도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창단했지만 내외를 가릴 것 없이 논란이 지속됐던 충남아산FC가 전환점을 맞았다. 27일 오전 10시 반 아산시청에서 진행된 '충남아산FC 운영 관련 시정 브리핑'을 통해 개혁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브리핑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구단'으로, ▲윤리경영 ▲전문성 중심의 지휘부 구성 ▲재정의 한계성 감안한 선수단 운영 ▲전문 인력 보강을 통한 운영 내실화 ▲연고지 밀착도 강화가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 중 하나인 ▲윤리경영의 핵심 내용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원천적으로 사무국 및 선수단에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단 및 운영주체가 과거의 논란을 반성하고 있고, '볕 들 날 없던 구단이 드디어 존폐 위기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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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뉴스041] 오세현 시장, 지속 가능한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만들겠다 (cnews041.com)

▲ 충남아산 구단 운영 브리핑에 대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지역지의 기사다. 핵심과제와 여타 브리핑 내용의 출처 또한 이곳이다.


 그러나 개혁안의 다른 내용은 기사를 읽은 축구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프로스포츠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존재하고, 해당 독소조항은 구단의 여러 부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시즌 진행 중, 현 감독 재임 중에 '감독 공개 채용'?

▲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참고로 이 팀의 시즌은 아직 안 끝났고, 감독 임기도 안 끝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충남아산FC의 2021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기가 끝난 시즌 말이지만 10월 31일(일) 서울 이랜드 FC와의 K리그2 36라운드 최종전이 남아있고, 홈 경기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최상의 팀 컨디션을 만들어 치를 필요가 있는 일전이다. 시민의 여가활동과 성원에 존재 근거가 있는 시민구단인 이상 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더 중요하다. 그러나 브리핑에는 이 경기가 치러지기도 전에 '감독 공개 채용'이 예정돼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동혁 감독의 임기가 이번 시즌까지고 시즌 종료 후 다른 감독과 함께 팀을 재건하기로 결정하는 건 K리그2 비플레이오프권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거취가 확실치 않아진 감독'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고 K리그2 정규경기를 치러야 하는 구단과 선수단의 입장은 왜 생각하지 않는지 의문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선수단 모두가 경기만을 바라보고 준비해도 잘 치르기 쉽지 않은 게 프로경기인데 윗동네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경기에 집중하는 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더구나 박동혁 감독은 선수단의 신임이 두터운 편이다. 주장 박세직은 2019년 여름 아산 무궁화로 이적할 당시 스포츠니어스 인터뷰를 통해 "존폐 여부가 불확실한(박세직은 자신의 이적 결정을 '도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구단에 온 건 감독님 때문"이라고 이야기했고, 정다훤(현 필리핀 유나이티드 시티 FC)과 김종국 등 다른 의무경찰 출신 복귀 선수도 감독의 연락에 '바로 오겠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몇몇 베테랑 감독들도 어려움을 겪는 베테랑과의 교류 및 장악을 이 정도로 해낸 감독이라면 다른 선수에게 받는 믿음 또한 클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신망을 얻는 감독이 시즌 후에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구단주에게 들은 선수들 입장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데 지장이 없을지 의문이다. 


 또한 박동혁 감독 본인이 구단에 가진 애정도 큰 편이다. 박 감독은 아산 무궁화의 의무경찰 선수 모집 중단으로 구단 해체 위기가 도래했을 때 각종 인터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청와대로 가 시위 마이크에 섰다. 경기장 안에서는 K리그2 우승을 달성하고 밖에서는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2019년 구단의 유지와 시민구단 창단이라는 결실을 얻은 아산 축구사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박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구단이 해체될 수도 있던 2019년에는 국내 팀과 중국 팀(지금이야 거품이 빠지는 중이지만, 당시만 해도 중국 구단은 2부리그에만 가도 큰 돈을 벌 수 있었다)의 제의를 모두 거절하며 "아산을 일으키고 싶어서 남았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충남아산 창단 이후에는 "초대 감독으로서의 의리를 지키고 싶다, 내게 소중한 곳"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수 차례의 해체 위기와 타 구단의 제의를 넘기고 받아든 2부리그 약팀 감독이라는 처지를 단 한 번도 비관하지 않고 애정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비록 K리그2 최하위권의 예산 규모와 2021년 구단에 계속됐던 논란으로 인해 시민구단 창단 이후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 팀 감독 아웃"을 외치는 까다로운(?) 국내축구팬들에게 발전이 눈에 보인다, 데려오고 싶다고 꼽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기도 하다. 박동혁 감독이 시즌 후 다른 기회를 알아본다고 했을 수도 있고 현 상황의 내막에 대해 자세히 알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물의 거취를 결정하는 방식이 시즌이 끝나기도 전의, 감독 본인과는 어떤 교감의 흔적도 없는 시정 브리핑이라는 건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돼서도 안 되는 일이다. 구단을 짊어져온 감독에게 "감독직에 계속 있고 싶으면 공개채용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이해해선 안 될 일이다. 능력있고 공헌이 높은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 운영주체가 프로축구단을 수십 년 운영한다 한들 유능한 인재가 가고 싶어하는 팀이 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구단, 만성적인 존폐위기에 시달렸던 충남아산FC에게 단비 같은 수식어다. 하지만 그 내실이 존중 없는 일처리와 인적 진보 없는 구단이라면 개혁안을 좋게 보기 힘들다.





프로리그에서 출전 '보장'이 의미하는 것

▲ 충남아산FC의 주전 선수들이 경기 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최소경기 출전보장제가 도입되면 주전의 구분 자체가 모호해질 수도 있다.


 걱정되는 점이 감독에 관한 것뿐이었다면 차라리 좀 나았겠지만, 브리핑에는 그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있다. ▲재정의 한계성 감안한 선수단 운영의 내용에는 '최소 경기 출전보장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제도로 보이는데 이름만 갖고는 정확한 범위와 정의를 알 수 없으니 지난 6월 발표됐던 충남아산FC 구단 쇄신안을 참고하도록 하자. 사실 애초에 27일 브리핑의 내용 대부분이 이 쇄신안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세 번째, 선수단과 사무국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정착시킨다.
- 선수영입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선수단 규모를 최적화하고 역량 있는 선수를 영입한다.
- 강화된 스포츠 인권을 준수하고 모든 구성원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성인지 및 인권 감수성 향상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을 운영한다.
- 구단의 재정 범위에서 선수단 개인별 연봉 상한제를 도입하고
모든 선수가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일부 선수에게는 출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프로축구계의 현실을 바꾸는 최소 경기 출전보장제 등 선수 운영 정책을 과감히 도입한다.

▲ 지난 6월 발표된 충남아산FC 구단 쇄신안 중 일부


 선수단 규모의 효율화와 역량 강화는 문제될 게 없다. 성인지 및 인권 감수성 향상 교육 운영은 이 구단이 올해 상반기에 무슨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나를 생각하면 만들 만한 조항이다. 재정이 좋은 구단이 아니니 구단 자체 상한제 도입 또한 재정부족이라는 핸디캡을 소화할 수 있는 장치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최소경기 출전보장제는 많이 이상하다. '일부 선수에게는 출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프로축구계의 현실을 바꾸는' 최소 경기 출전보장제는 뒤집어 말하면 스쿼드의 모든 선수가 경기를 뛸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프로구단 운영 주체가 이런 발상을 내놓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선 최소경기 출전보장제는 충남아산 구단의 고질병인 존폐 문제와 재정 문제와도, 쇄신안 발표 당시의 시간적 배경이었던 미치부치 료헤이 영입 및 계약해지와도 전혀 무관한 내용이다. 당최 과거가 좋지 못한 선수의 영입과 '일부 선수에게는 출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프로축구계의 현실'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축구 커뮤니티를 서핑하는 축구팬 10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10명 전부가 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다. 최소경기 출전보장제는 게다가 같은 항에 위치한 재정 효율화와는 오히려 상극이 될 수도 있다. 전례도 없고 유례도 없는 기상천외한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효율이 무슨 효율인진 알 수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엔 출전 경기 수와 발전 가능성이 떨어지는 선수를 정리해 선수단 규모를 구단 사정에 알맞게 줄이고 확실한 주전 멤버가 있다면 계속 기용해 경기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축구단 운영의 효율이다. 전자는 재정적 효율, 후자는 경기력적 효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선수를 몇 경기라도 기용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아놓는 건 그런 효율과 거리가 멀다. 출전 경기가 있으면 당연히 근무평가가 올라갈 것이고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가 있는 상황에 비해 선수단 정리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전으로 고정된 선수도 다른 선수의 경기 수를 보장하기 위해 벤치에 머물거나 명단에 들 수 없는 촌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면서 재정적 효율과 경기력의 효율은 전부 포기해가며 챙겨야 할 효율이 뭐길래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인지 필자는 발표 사실을 알고 2시간이 지난 현재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경기 출전보장제는 더 큰 문제도 갖고 있다. 이 제도는 선수와 감독이 모두 꺼릴 수밖에 없는 제도다. 먼저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 명제는 어떤 종목에서도, 어떤 팀에서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 감독의 권한이자 경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에 외부가 개입하는 순간 논란이 발생하고 팀은 시끄러워진다. 사례가 좀 많이 다르기야 하지만 과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대표이사 문자'가 논란을 낳은 이유가 뭐였던가? CCTV 사건이라는 더 큰 문제도 있었지만 대표이사가 타순(선수 기용), 번트(전술 지시) 같은 감독의 권한에 개입하는 내용이 문자에 포함됐기 때문도 있다. 최소경기 출전보장제는 '기량과 팀의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를 기용하라'는 주장을 하는 외부세력의 감독 권한 개입 및 침해를 아예 규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것과 똑같다. 감독이 우수한 기량을 갖고 있거나 본인이` 추구하는 전술에 맞는 선수가 아니라 지난 경기에 안 쓴 선수를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러한 제약이 없는 팀에서보다는 선수단 운영과 성적향상이 훨씬 어려울 것이다. 선수들도 해당 제도를 기피할 수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량을 갖고 주전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선수들은 최소경기 출전보장제를 꺼릴 수밖에 없다. 충남아산FC가 비록 K리그2 하위팀이기는 하지만, 주전의 역량을 갖춘 선수와 번뜩이는 선수가 없는 건 절대 아니다. 현 주전들은 박동혁 감독이 '발전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전술을 쓰고 있다. 돈 많은 팀에 가면 어떻게 할지 기대된다."고 전문가와 팬들에게 평가받는 것을 뒷받침할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민서, 알렉산드로와 같은 더 높은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가진 선수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최소경기 출전보장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기량이 뛰어난 선수도 다른 선수의 출전 경기 수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내가 공을 잘 차도 부상도, 부진도 아닌 다른 이유로 경기에 뛰지 못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어하는 수준급 선수가 몇이나 될까? 기회는 공정해야 하지만 프로축구단에서 이는 입단과 훈련의 기회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선수의 경기 출전은 훈련과 지난 경기에서 얼마나 보여줬느냐를 기준으로 감독이 정하는 것이 공정한 일이지, 감독의 의견과 선수의 기량 그리고 팀의 순위와는 관계없이 모든 선수에게 주는 게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선수와 감독이 전부 기피하는 제도를 만들면 이 구단에 둥지를 틀거나 남아있으려고 하는 축구인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팀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지도자도, 선수도 이적하거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기피하는 팀에 남거나 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여기까지만 하겠다.




외국인 없는 일반프로팀이라... 이건 귀하네요

▲ 충남아산FC의 올해 외국인 선수인 마테우스(왼쪽)와 알렉산드로. 둘 다 잘했는데 내년에는 못 볼 수도 있다.


 경험상 장문을 쓰면서 가장 화나는 상황이 있다면 쓰는 도중에 상황이 바뀌어서 다 쓴 글에 뭔가를 추가하거나 내용 자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글이 그렇다. 처음에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납득하기 힘들어서 칼럼 작성을 시작해 거의 끝낸 상황이었는데, 후속 기사에서 이전의 기사에는 없었던 '외국인 선수 미영입'이 개혁안에 딸려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몇 줄을 더 써야 한다는 것도 화나는 일이지만 프로 구단이라는 곳에서 전력 상승을 노릴 수 있는 유력한 기회를 스스로 집어던지겠다는 발상이 수천 배는 더 화나는 일이다. 특히나 충남아산 같은 재정이 풍족하지 못한 구단은 외국인 선수가 팀을 끌어가는 마스터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성적을 내는 데에도 좋지만 선수가 잘 됐을 때 타 구단에 이적시켜서 이적료 수입을 버는 데에도 요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 성남 FC에서 전반기에만 13골을 넣었던 티아고는 소속팀에 무려 45억원 정도의 거액을 안기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로 이적했다. 45억. 충남아산에 지원되는 도비와 시비를 합친 금액보다 5억이 많은 금액이다. 물론 충남아산이 당장 마테우스나 알렉산드로를 이적시킨다고 해서 그 정도의 돈을 벌 순 없겠지만, 가뜩이나 곳간이 부족하고 얇은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아산시는 이 메리트를 내년부터 스스로 포기한 채 시즌을 치르겠다는 내용을 개혁안에 포함시켰다. 개혁안의 목표라는 '지속 가능한 구단'은 재정적인 뒷받침이 이뤄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애초에 후술할 충청남도의회의 아산시민프로축구단 지원 동의안에 '2024년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 또한 '그 기간 동안 재정적으로 자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과 이어진다. 그러나 아산시는 충남아산FC를 지속 가능한 구단으로 운영하겠다면서, 거기에 가장 중요한 재정을 단기간이나마 충족시켜 줄 길을 스스로 끊고 있다. 이전에 서술한 문제점들에 대해 다룰 때는 그나마 '저렇게 운영하면 지속이 가능할까'라는 의문 정도에 머물렀다면, 외국인 영입 포기까지 보고 나니 개혁안의 의도가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손발이 전혀 맞지 않는 충남아산FC의 운영주체

▲ 충남아산FC의 2021시즌 유니폼 뒷면 상단에 달려 있는 알록달록한 나무는 충청남도의 휘장이다.


 개혁안의 문제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심각하지만, 멀리서 보면 더 심각해진다. 충남아산FC는 구단명에서 알 수 있듯 재정 주체가 아산시로만 구성돼 있지 않은 시민구단이다. 2024년까지 매 해 충청남도에서도 아산시의 지원금과 같은 금액, 20억원을 지원한다. 그리고 20억 지원을 골자로 충청남도의 도의회에서 통과시킨 ‘아산시민프로축구단 창단관련 운영지원 협약체결 동의안’에는 이런 단서 조항이 있다.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도 문화체육관광국이 제출한 ‘아산시민프로축구단 창단관련 운영지원 협약체결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 동의안은 아산시민프로축구단의 자립 기반 마련을 위해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매년 20억 원씩 5년간 총 100억 원 이내 창단지원금을 도비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동의안은 또 ▲유니폼과 홈구장 전광판, 광고판 등에 ‘충청남도’ 명칭·로고 활용 및 도정 홍보 ▲아산시 차원의 후원기업 모집 등 자립화 방안 마련 시행 등 지원조건도 명시했다.

부당한 임원 선임 등 부조리, 비리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팀 성적의 심각한 저조(하위 10%) 등 더 이상 도비 지원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지원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도비 지원을 제한키로 하는 단서 조항도 담겨 있다.
▲출처 <해체위기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시민구단 전환>, 이석호 기자,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 커뮤니티를 돌다가 '6월 발표된 쇄신안에서 해당 단서 조항이 빠졌다'는 의견을 봤지만, 쇄신안 전문을 찾아본 결과 그런 내용을 찾지 못함


 현재 충남아산FC가 소속된 리그인 K리그2는 10개 구단으로 구성돼 있다. 즉 하위 10%는 최하위 10위를 의미한다. 창단 첫 해인 2020년에 이 순위를 기록했지만, 충남도의회가 이를 재정 규모가 크지 않은 신규 창단팀의 한계로 인식한 것인지 코로나19라는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를 고려한 것인지 올해도 지원은 이어졌다. 그러나 몇 년씩 10위를 반복할 경우 해당 조항을 근거로 지원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도의회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개혁안은 지속가능한 구단과 윤리경영, '공정한 기회 부여'를 이야기하지만 충남아산FC는 원칙대로라면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다. 성적에 따라 구단의 명운이 바뀔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그런 팀을 두고 선수단의 신임을 바탕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던 감독은 쫓아내고, 기량에 관계없이 스쿼드의 모든 선수들에게 출전을 시키며, 외국인 선수는 영입도 하지 말라는 전력 약화가 뒤따라올 수밖에 없는 내규를 적용하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육상선수 앞에 허들을 두고 "저걸 넘지 못하면 은퇴해"라고 이야기한 후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한쪽 다리를 자르는 것과 비슷한 일이 지금 아산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운영주체는 이번 개혁안을 '지속 가능한 구단'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구단은 그를 따랐다가 오히려 지속하지 못하고 해체될 수 있는 코미디같은 상황이다.






아산 팬은 언제까지 고통받아야 하는가?

▲ 직접 찍은 아산 무궁화 역대 마지막 경기에서의 서포터석. 영영 이별이 될지도 몰랐던 경기가 끝난 후 저 자리에서 응원 구호를 외치던 팬들은 하나둘 울기 시작했다.


 어떤 서비스를 운영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근거는 사용자와의 약속일 것이다. 프로축구단 또한 서비스업이니 다를 바 없다. 프로축구단 창단 및 운영 주체는 팬들과 약속을 했다. 이 구단을 멋있게 운영해 당신들의 성원을 받겠다고 말이다. 구단 운영에 장애물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고 어려운 점이 얼마나 많겠냐만, 약속은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 됐든 지자체가 됐든 큰 단체가 사람들에게 약속을 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면 들뜬 마음으로 성원해줘야 할 아산 팬들은 내내 고통만 받고 있고, 눈물만 짓고 있다. 


 필자는 2019년 11월 9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아산 무궁화와 FC 안양의 K리그2 경기를 보러 갔었다. 그 경기는 아산 무궁화의 통산 마지막 경기였다. 처음에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자필로 해체 반대문을 써서 올려봤던 입장에서 마침 가려는 자리 바로 옆에 있던 서포터즈 아르마다에게 창단을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이전에 있었던 대전 시티즌과의 홈 경기에서 충남도지사와 아산시장이 경기장을 찾아 내년에도 경기를 하겠다고 했고, 이후 시민구단 창단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당일 아산으로 내려가는 지하철 1호선에서 창단이 확실치 않다는 기사를 확인했다. 결국 경기장의 옆사람들에겐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서포터석에 있던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통곡했다. 확성기를 둘러맨 서포터석의 '대장'으로 추측됐던 분, 아직 키도 자라지 않은 학생들, 4인 가족, 북과 확성기를 번갈아 잡았던 소년... 시의 약속을 믿고 경기를 보러 갔던 사람들은 경기를 하기도 전에 그 약속이 부러지는 것을 목도한 것에 대한 분노와 저 앞 잔디밭에 보이는 선수들이 다신 이곳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화와 떨림은 그들에게 가 들러붙었고 그게 너무 강한 나머지 눈물이 되고 통곡이 됐다. 


 아직 그들을 다시 보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여전히 울고 있고 고통받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충남아산FC는 아산 무궁화의 마지막 경기에서 목도한 사람들의 걱정을 뚫고 창단됐지만, 크고작은 잡음은 계속됐고 그건 개혁안이라 쓰고 전력 약화안이라 읽을 수밖에 없는 브리핑을 통해 더 크게 번지고 있다. 아산에서 동네 축구를 보고픈 사람들은 선수들의 이름이나 유니폼 구매 방법 같은 것 대신 충남도의회와 아산시의회의 상황과 아산시청에서 열리는 발표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예민하게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아산 팬들은 아산 무궁화의 창단 시즌이었던 2017년을 빼면 매년 그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 해체 위기가 처음 대두된 2018년부터 계속되는 논란으로 시끄럽다가 시즌 말미엔 읽어보고 걱정스럽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개혁안이 발표된 2021년까지 4년을 내리 그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역 축구에 관심을 갖는 시민을 고통에 몸부림치게 하는 것이 약속을 지킨 것인가? 어느 누구도 그렇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산시는 내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모자라 그동안 참아온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형편이 정말 열악했다면 작년과 올해에도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수 없었을 테니 재정 문제를 생각해도 이상한 개혁안이고, 도의적으로 생각하면 해선 안 될 일이다. 아산시에게 약속과 도의에 대한 자각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내년부터 개혁안에 따라 더 힘겨운 시즌을 이어갈 충남아산 구단, 그들과 함께 괴로운 여정을 지낼 아산 팬들의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 주 일요일, 충남아산FC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거기에 가게 됐다. 만약 혼자 가는 것이었다면 개혁안을 보고 대번에 예매를 취소했겠지만, 약속을 잡은 동행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 돼버리는 바람에 이젠 취소할 수도 없다. 처음 가기로 결심했을 때는 가서 웃음을 보고 싶었다. 2019년 11월에 울고 괴로워했던 사람들이 정식 시민구단을 응원하며 웃는 광경을 보고 싶어서 아르마다존 근처로 예매했다. 그러나 그런 풍경은 볼 수 없을 것이다. 2019년과 똑같이 사람들은 울고, 운동장엔 부정적인 내용으로 찬 걸개가 가득하며 필자는 우울한 공간에서 괴로워할 것이다. 같이 가는 지인들은 필자에게서 경기장 안내나 구단에 얽힌 이야기, 경기에 대한 응원 같은 긍정적인 말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대신 시작도 하기 전에 축 쳐지고 경기 종료 후엔 서포터석의 반응을 본 후 욕지거리를 내뱉는 필자를 달래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아산을 믿고 경기장에 오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희망도 주지 않고 눈물을 강요할 건가? 실업축구단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보러 오는 사람들, 관심 갖는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는 게 프로축구단인데 아산시는 이걸 알고 개혁안을 만들어 발표한 것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힘들다. 프로축구연맹의 입장도 궁금하다. 특정 구단이 누가 보기에도 약한 전력을 만들고 납득하기 힘든 선수단 운영을 가져간다면 구단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K리그2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구단 운영 주체가 갑이라지만 구단이 리그 전반에 부작용을 끼치는 운영법을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주시하고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검토해보는 것이 리그 운영 주체로서 필요한 행보일 것이다.






 브리핑에 대한 기사에 따르면, 브리핑 말미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 도민과 시민, 팬의 품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성원뿐 아니라 조언도 필요하다”면서 “구단주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겠으니 구단 운영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조언,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드린다”

▲ 출처 <오세현 시장, 지속 가능한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만들겠다>, C뉴스041(C뉴스041 (cnews041.com))

 

 아산 팬들과 축구계 및 언론은 우려될 수밖에 없는 계혁안에 대해 '따가운 질책과 조언'을 할 것이다. 시와 구단이 스스로 '부탁'한 질책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참고로 어떤 아산 팬의 직관 브이로그 영상에 나왔던 '박성관 단장님의 복귀를 원합니다'라는 경기장 걸개를 통한 조언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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